롯데 신동빈 회장이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방문하여 응용실험실 내 메셀로스 제품이 사용된 배기가스 정화용 자동차 세라믹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중순 일본에서 귀국 후 첫 현장 점검에 나섰다. 신 회장은 18일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해 “ESG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19일 롯데지주 설명을 들어보면, 신 회장은 전날 울산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에 들러 생산설비를 둘러본 뒤,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특수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당부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앞글자를 딴 이에스지(ESG)는 주요 기업들의 화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비재무적 지표다. 과거 ‘착한 기업’을 보여주는 정도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는 데다 기관투자자들의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도 사용된다. 지난 12일 삼성생명·화재가 석탄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는 물론 회사채매입도 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선언’을 한 것이 한 예다. 기업이 살아 남으려면 이에스지 지표 향상을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신 회장은 2015년 말부터 “사장단 평가에 이에스지 성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스지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당시엔 롯데그룹의 기업공개와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측면에 방점이 찍혀있었지만, 최근엔 ‘환경’에 좀더 방점이 찍혀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화학 분야에 특히 환경과 관련한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고, 자금조달을 할 때에도 중요하게 됐다”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요해진 지표”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방문한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은 전체 부지 약 126만㎡ 규모로, 모두 10개 공장에서 에폭시수지원료(ECH), 메셀로스 등 37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제품의 전체 생산량 중 9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롯데정밀화학은 친환경 소재인 셀룰로스 계열 제품에 총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중이고, 친환경 촉매제인 요소수 ‘유록스’의 개발 및 판매도 강화 중이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에스시아르(SCR, 선택적 촉매환원) 시스템에 쓰이는 촉매제로, 질소산화물을 제거해 대기환경 개선에 도움을 준다. 유록스는 요소수 시장점유율 약 50%를 유지하면서 12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글로벌 스페셜티(특수소재) 화학 전문기업’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동박·전지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해 사모투자합자회사에 2900억원 출자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19일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케미칼 및 롯데비피(BP)화학 생산설비도 둘러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울산점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