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월2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씨제이(CJ)대한통운 중구지사 종로SUB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상품인수작업을 하고 있다. 김포/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씨제이(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집배점(대리점)에 대해서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분류인력 4천명은 내년 1분기까지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19일 씨제이대한통운은 지난 10월 발표한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의 이행 내용을 발표했다. 회사는 우선 내년부터 택배기사의 계약주체인 집배점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거나 압박할 경우, 이를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와 집배점은 통상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현재는 상품 절도, 택배운임 횡령 등 주요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정상 운영이 불가능할 때 계약을 해지한다. 앞으로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강요’를 부정행위 항목에 추가해 계약해지 조항에 넣기로 했다.
산재보험법상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계약한 집배점은 노무를 제공받은 날을 기준으로 다음달 15일까지 입직신고를 해야 한다. 입직신고를 하면 산재보험에 자동 가입되며, 본인이 직접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 쪽은 현재 산재 적용제외 신청자가 있는 집배점들을 대상으로 택배기사들의 재가입을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이를 기반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계약서도 변경하기로 했다. 전국 집배점장들과 특별 개선 계획을 수립해, 내년 상반기까지 입직신고율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씨제이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7.0%, 산재 적용제외 신청률은 27.9% 수준이다. 입직신고 미진행 비율은 45.1%다.
또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추기 위해 지원하기로 한 분류지원 인력 4천명은 내년 1분기까지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개별 집배점과 분류지원 인력 비용 분담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 쪽은 “분류지원 인력 비용은 집배점과 분담할 것이고, 택배기사 부담은 없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택배기사 전원에게 무상 지원하는 건강검진은 내년부터 시행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심혈관계 질환 검사, 혈액검사 등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한다. 고위험군 소견자에게는 추가 검진 및 건강관리를 독려한다. 안전보건 공단 산하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한 전문 의료상담도 터미널 당 연 3회 진행한다. 소요비용은 회사 쪽이 전액 부담한다.
작업강도 완화를 위한 첨단기술 도입도 빨라진다. 전체 물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소형상품을 전용으로 분류하는 ‘엠피’(Multi Point)를 현재 35곳에서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 전국 181곳에 설치한 자동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와 시너지를 이뤄 택배기사들의 작업강도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게 씨제이 쪽 설명이다.
끝으로 회사는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택배기사들의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들이 더욱 안정적인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 상황에 맞춰 성실하게 이행하고, 진행경과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직접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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