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씨제이(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희 대표이사가 약속한 과로사 대책이 택배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씨제이대한통운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저 집에가면 새벽 5시, 밥먹고 씻고 한숨 못자고 나와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 어제도 집에 새벽 2시 도착, 오늘은 새벽 5시….”
30대 택배노동자 김아무개씨가 지난달 10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 전 회사 쪽에 남긴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김씨가 남긴 문자메시지 마지막은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이었다. 김씨는 앞서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다른 택배노동 사망자 10여명과 비슷한 심혈관 질환으로 숨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과로사로 숨진 것으로 파악된 택배노동자만 모두 14명이다.
같은 달, 택배 업무를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김아무개씨가 대리점에 취업 보증금 500만원과 권리금 300만원을 냈다”며 “택배노동자를 모으면서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일자리를) 팔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일도 있다. 현장에선 산업재해보험 가입을 이유로 대리점주가 택배노동자의 수수료를 한달 10만원 넘는 돈을 깎거나, 택배노동자가 힘에 부치는 배송물량을 줄이는 ‘물량축소 요청제’ 등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내는 등 정부와 관련 기관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택배종사자 노동환경 개선 국민의견 조사결과’에서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서 배송이 일정기간 늦어지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87.2%에 이를 만큼 국민여론도 이들에게 쏠리고 있지만, 택배노동자의 고충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와 함께 관계부처 합동 ‘택배산업 불공정 관행 특별제보신고센터와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등은 택배사나 대리점 등의 ‘갑질’ 계약과 부당대우, 뒷돈을 챙기는 ‘백마진’을 비롯해 택배산업 전반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주요 제보 내용은 대리점이 택배노동자에 배송 파손·지연 등에 대한 불합리한 처리관행이나, 협의없는 수수료 일방 삭감·권리금 강요 행위 등이다. 대리점이 근로계약 체결을 대가로 뒷돈을 받거나, 수수료 형태로 돈을 돌려받는 행위를 비롯해 택배단가를 낮추려고 일부러 재입찰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이들 센터는 공정위(ftc.gokr)와 고용부(moel.go.kr) 누리집, 국토부 물류신고센터 누리집(logis112.nlic.go.kr), 화물복지재단 콜센터(1661-6115) 등에서 다음달 1일부터 올해말까지 운영된다. 공정위는 이날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택배산업 불공정거래 실태를 파악해 위법사항이 있을 경우 엄중히 처리하고, 업계 종사자의 처우개선 정책 추진에도 활용할 것”이라며 “이번 불공정 관행 시정조처를 통해 택배업계 시장질서 확립 이외에도 표준계약서 마련, 가격구조 개선 등 택배노동자 과로방지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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