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2년 1월 시행을 앞두게 됐다.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감시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새로 규제망에 들어오는 기업에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계열사 편입 요건이 까다로워질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 피해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대신 법원에 ‘갑질 금지’를 요청할 길도 열렸다. 10일 개정 공정거래법을 보면,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감시 대상 기업이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현재 상장사는 30% 이상) 계열사로 확대된다. 또 규제 대상 계열사들이 지분 50% 이상을 들고 있는 자회사도 공정위 감시 대상에 오른다. 사익편취 규제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한 방법으로 총수 일가의 부를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 2014년에 처음 시행됐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에 새 계열사를 편입할 때 적용되는 지주사의 의무지분율도 종전보다 10%포인트씩 상향 조정(현행 상장사 20%, 비상장 40%)된다. 지주사의 자회사 책임을 강화하고 적은 자본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꾀하는 걸 제한하기 위한 조처이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도 현재 30%에서 2026년까지 15%까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공익법인이 애초 목적과 달리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등에 활용될 여지가 낮아진 셈이다. 제조업이 중심인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할 길도 열린다.
개정법에 담긴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눈길을 끈다. 불공정행위 피해자들이 공정위 신고와 별도로 우선 피해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현행 가처분소송과 비슷하다. 공정위 쪽은 “지금까지는 피해자들이 공정위 처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당면 피해를 우선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재벌 핵심 규제가 크게 바뀌는 터라 기업들의 행태 변화도 예상된다. 강화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거나 서둘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규제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1년여 유예기간 동안 대규모 주식처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물적분할·합병 등으로 규제를 회피하려는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