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은 공익법인과의 내부거래를 연 1회 별도 공시해야 한다. 물류·시스템통합(SI) 회사와 계열사간 내부거래 역시 해당 업종의 거래현황만 따로 떼내 공시하도록 규정이 바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중요사항 공시규정) 개정안을 4월21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은 공익법인과 자산, 자금, 유가증권 거래 등 모든 내부거래 내용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현재는 계열사들이 공익법인과 내부거래를 하더라도, 공익법인이 포함된 전체 비영리법인과 내부거래 총액만 공시하면 된다. 그마나 상품·용역 거래현황은 비영리법인과 거래 총액 공시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공익법인을 활용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공익법인 ㄱ사가 ㄴ계열사로부터 유가증권과 상품·용역을 사들이면, 현재는 ㄴ계열사가 해당 거래금액을 비영리법인 내부거래 총액에 포함시켜 공시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익법인과의 내부거래를 ㄴ계열사가 별도 공시하고, 대상도 유가증권을 비롯해 상품·용역거래 내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또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들이 물류·시스템통합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할 경우에는, 물품이나 용역을 사고 판 양쪽 기업이 모두 해당 업종의 거래현황을 따로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물류업체인 ㄱ계열사와 다른 계열사 5곳의 거래가 이뤄지면, 이들 회사는 모두 전체 내부거래액을 공시하면서 이와 별도로 ㄱ계열사와 내부거래액은 따로 표시해야 한다. 물류와 시스템통합 계열사들은 ‘일감몰아주기’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에 이용되기 쉬운 업종인데, 현재는 이들의 내부거래 금액이 별도로 파악되지 않아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날 대기업의 정당한 내부거래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대규모내부거래 공시) 개정안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한쪽 계열사가 대규모 내부거래를 취소할 경우, 상대방 계열사는 이사회 의결 절차없이 공시(취소일로부터 7일 이내)만으로 거래 취소가 확정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거래가 취소됐는데, 형식적인 이사회 의결 절차를 없애 불편을 줄인다는 취지다. 대규모 내부거래는 특수관계인을 상대로 자본총액이나 자본금의 5%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 자금, 상품·용역 등을 거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민혜영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익법인과 물류·시스템통합 분야처럼 내부거래를 집중감시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서 별도 공시가 이뤄지면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예방효과가 높아지고, 점진적인 거래구조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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