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2년 만에 끝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주주연합이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주주연합의 주요축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는 2일 보도자료를 내어 “1일자로 합의에 따른 주주연합간의 공동보유계약 해지를 공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은 각각 케이씨지아이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17.54%),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17.15%),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5.71%)으로 나뉘게 됐다.
한진칼 경영권 다툼은 2018년 11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케이씨지아이가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케이씨지아이 의 한진칼 지분은 9%였다. 강성부 케이씨지아이 대표는 한진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논란과 후진적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케이씨지아이가 2020년 1월 조현아 전 사장, 반도건설 등과 주주연합을 결성하면서 ‘표 대결’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통과됐다. 결국 ‘지분 싸움’이라는 판단으로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집해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늘리며, 조 회장 쪽보다 지분이 우세하게 됐다.
주주연합은 야금야금 지분을 늘려가며 ‘반전’을 도모했지만, 정작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9월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이 불발되자, 산업은행이 해결사로 나서면서다.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은 전격적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주주연합이 47.71%, 조 회장 쪽이 41.3%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산은이 8천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 10.66%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오르게 되면 주주연합의 ‘되치기’ 가능성도 사라지는 셈이었다. 같은 달 주주연합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한진칼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이후 경영권 다툼을 이어갈 동력을 잃었다.
케이씨지아이는 이날 “2020년 말 3자배정에 의한 산업은행의 증자참여로 적은 지분으로 독단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현 한진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한진그룹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주주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협력하여 필요시 언제든 경영진에 채찍을 들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