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별 주택 담보대출 방침
금감원 지침따라 한도 제한·심사 강화
금융감독원이 주요 시중은행들에 무분별한 주택 담보대출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지시하면서 일부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등 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아파트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 등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주택 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됐다.
금감원이 16일 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은행장 및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와 개별 면담을 통해 은행별로 11월 주택 담보대출 한도를 제시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은행별로 최근의 대출 금액 등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별 대출 한도액은 국민·신한·우리 등 대형은행은 5천억~6천억원, 중대형 은행은 2천억~3천억원 선으로 전해졌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대출 증가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출을 자제달라고 당부했을 뿐, 대출 총량 규제나 대출 한도 설정 같은 창구 지도는 하지 않았다”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신한 등 일부 은행들은 이날부터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려면 계약 체결 뒤 잔금을 치르거나 하는 등의 아주 긴급한 상황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전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가 오후 들어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재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 때 본점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해, 투기성 수요인지 실수요인지 구분해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은행권 전체의 주택 담보대출액은 2조5천억원으로, 이미 10월 전체 대출액 2조7574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이처럼 대출이 급증한 것은 11·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른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시중은행들은 이런 가수요가 줄어든다면 다음달부터는 대출 제한이 일정 정도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우성 박현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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