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비닐하우스 주거실태
비닐하우스 거주자에 임대아파트 공급계획
“주거비 보조·투기세력 선별 보완책 필요”
“주거비 보조·투기세력 선별 보완책 필요”
지난 12일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빈곤층 가정도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실효성을 갖추려면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낮추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교부의 개정안은 “거주 사실이 행자부 장관으로부터 통보된 비닐하우스 거주자 가운데 무주택 세대주에게 건설량의 10% 범위 안에서 국민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해, 그 동안 방치됐던 비닐하우스 가정의 주거권을 보장했다. 건교부는 이에 맞춰 행자부·보건복지부와 함께 비닐하우스와 쪽방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도 시작했다. 국민임대주택, 다가구주택 등 1만1600여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사전 조처다.
그러나 최근 국민임대주택 임대료가 크게 올라 가난한 비닐하우스 거주자들에겐 임대주택 입주가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임대주택 입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임대아파트 전국회의’가 조사한 결과, 2002년 11월 입주한 16평형 임대아파트의 임대료는 한달에 6만8300원이었으나 2005년 9월 입주한 15평형 임대아파트의 임대료는 한달에 15만9600원으로 두 배가 넘었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본부장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실제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며 “주거 빈곤층에 대한 주거비 보조, 관리비 감면, 건축비 과다계상에 대한 규제 조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주 자격을 가진 가구를 어떻게 가려내느냐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의 임덕균 조직국장은 “비닐하우스촌에 스며든 투기 세력을 골라내기 위해 좀 더 세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주민자치회 등과 함께 조사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연구소의 김윤이 연구원은 “서울 우면동의 경우 비닐하우스 주거 인구가 몇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며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과 현실에 맞는 주택 공급이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주택기획팀 강태석 사무관은 “쪽방·비닐하우스촌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국민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며 “행자부·건교부·복지부가 함께 각종 전산 검색을 통해 대상자를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임대주택의 높은 임대료에 따른 입주 실효성 문제에 대해선 “국민임대주택뿐 아니라 전세, 일반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 등 다양한 유형을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며, 임대료를 현재보다 전체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이 연구원은 “지난 1989년 이후 생겨난 ‘신발생 무허가건물’에 대해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가 크고, 그동안 부족했던 ‘최저 주거기준’의 정책화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형태에는 쪽방, 반지하방, 옥탑방 등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국민임대주택 입주 대상을 비닐하우스 거주자로만 한정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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