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세교 지분형 임대아파트 개요
오산 세교 1순위 0.42대 1…신혼부부마저 외면
분납금·임대료 싸지 않은데다 지분등기도 못해
분납금·임대료 싸지 않은데다 지분등기도 못해
정부가 지난해 ‘9·19 서민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에서 도입하기로 한 ‘지분형(분납) 임대아파트’가 시범사업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주 수요층으로 예상했던 무주택 신혼부부들조차 이 제도를 외면하고 있어, 앞으로 추가적인 공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5일 대한주택공사가 경기 오산 세교지구에서 첫선을 보인 지분형 임대아파트 청약 결과를 보면, 총 832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468명이 청약해 0.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신혼부부 우선공급으로 배정된 250가구에는 28명만 신청하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미달된 주택은 16일 청약저축 통장이 없는 무주택 가구주를 대상으로 3순위 청약을 받는다.
지분형 임대아파트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가 도입을 검토했던 ‘지분형 주택’을 임대아파트에 접목한 것이다. 서민들이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집값을 중간 정산하도록 해 점진적으로 자가 소유를 촉진시키겠다는 게 이런 임대아파트를 도입한 취지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을 내놓으면서 2018년까지 지분형 임대아파트 위주로 1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분형 임대아파트 시범사업은 ‘예고된 실패’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수도권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시범단지 분납금과 임대료가 무주택 수요자들의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면적 59㎡ 임대아파트의 초기 분납금은 분양값(1억4400만원)의 30%인 4320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35만원에 이른다. 이런 가격을 전세로 환산하게 되면 약 8천만원 정도로, 인근 오산시내 아파트 전셋값 시세와 비슷하다.
또 최초 분양값도 거의 주변 시세 수준이어서, 이후 여기에다 이자를 더한 가격이나 감정가로 집값을 내게 될 입주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만일 집값이 오를 경우에는 감정가도 높아져 최초 분양값에 이자를 더한 가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이자 비용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이어서 사업 주체인 주공에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구조다. 반대로 중간에 집값이 떨어져 5년 안에 계약을 해지할 때는 입주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미 낸 분납금에 기간이자를 더한 가격과 지분을 평가한 감정가액 중 낮은 금액을 돌려받기 때문이다. 감정가가 떨어질수록 입주자의 손실이 늘어나게 된다.
지분형 주택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지분을 등기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입주자가 50%를 웃도는 지분을 소유하면 주공 쪽에서 주택의 관리를 맡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주자 편에서 보면, 집값을 중간 정산한다는 구실로 법적으로 확보도 못한 지분값을 미리 내는 셈이 된다.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의 모임인 ‘임대주택 전국회의’ 이의환 사무국장은 “건설원가를 공개하지도 않는 지분형 임대아파트는 최종 분양전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입주자에게 불리한 반면 사업자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는 주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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