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감면’ 처방 효과 얼마나
15일 경기 용인 신봉동 ‘동일하이빌’의 본보기집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의 전화도 100통이 넘었다. 이곳에는 전날에도 70여명이 다녀갔다. 불과 1주일 전까지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분양값 쌌던 외환위기때와 달라
“혜택 똑같은 신규분양에 몰릴것”
수도권 문의 늘어…지방은 ‘좌절’ 지난해 4월 분양에 들어간 신봉동 동일하이빌은 모두 1462가구(112~206㎡)로 이뤄져 있으며, 500여가구가 미분양 상태이다. 동일하이빌은 지난해 11월 분양가격을 4~10% 내리기도 했지만 청약자들의 발길은 뜸했다. 그러다가 최근 급반전했다. 동일하이빌 관계자는 “분양 현장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분양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며 갑작스런 분양 문의 증가를 반겼다. 일부 미분양 주택 시장에 불길을 다시 댕긴 것은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의 신축 주택(미분양 포함)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해 주기로 하면서 주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용인뿐 아니라 경기 김포, 고양, 인천 청라지구 등 수도권 분양 현장에는 미분양 주택의 계약조건 등을 알아보는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지에스(GS)건설 관계자는 “고양 미분양 아파트의 계약 조건을 묻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건설업계는 11년 전 외환위기 직후 양도세 감면 조처로 미분양 주택이 일시에 해소됐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업계의 이런 기대감은 실제 얼마나 채워질까?
■ 외환위기 직후와 다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의 양도세 감면 조처는 미분양 해소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주택시장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다. 미분양 사태는 무엇보다 주변 시세보다 20~30% 이상 높은 고분양값에서 비롯됐다. 분양값이 쌌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 미분양된 주택은 2007년 말과 2008년 초에 분양값 상한제를 피해 ‘밀어내기’식으로 공급된 고가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때 6만가구가 넘는 주택을 한꺼번에 공급했다. 따라서 매입 뒤 되팔 때 큰 양도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분양값이 애초에 높았던 만큼 이번에는 양도세 완화 효과가 클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미분양 주택보다, 양도세 혜택은 똑같이 주어지면서도 입지가 좋고 분양값 경쟁력을 갖춘 신규 분양 단지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높아진 점도 변수다. 1가구2주택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사람별 6억원 이상)는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더라도 양도차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또 외환위기 때는 한국만 어려웠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국내 실물경기 회복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파급 효과를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 지방 미분양 해소는 더 어려워질 듯 정부의 이번 양도세 감면 조처에 따라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을 팔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정부의 양도세 감면 조처는 수도권 비과밀억제권역과 지방에 대해 똑같이 적용한다.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 해소가 물건너갔다는 한숨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이 집을 살 때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주택에 우선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용인의 미분양을 사지 누가 부산, 대구 미분양 주택을 사겠느냐”고 말했다. 주택건설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도 “지방에 수천가구의 미분양이 있는데 경기 침체에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까지 겹쳐 지방 미분양을 털어내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며 “지방에서 그나마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도 수도권 주택을 우선 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6만257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서울 2263가구, 경기 2만2111가구, 인천 1492가구로 모두 2만5866가구다. 지방은 대구의 2만1324가구를 비롯해 경남 1만6877가구, 충남 1만5277가구, 경북 1만5054가구, 부산 1만4292가구, 광주 1만2672가구 등 모두 13만6704가구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지방에 견줘 훨씬 적다. 더욱이 지방에는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 물량이 많다. 현재 부산, 대구 등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대한주택보증 등 공기업이 매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팔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허종식 선임기자, 최종훈 기자 jongs@hani.co.kr
“혜택 똑같은 신규분양에 몰릴것”
수도권 문의 늘어…지방은 ‘좌절’ 지난해 4월 분양에 들어간 신봉동 동일하이빌은 모두 1462가구(112~206㎡)로 이뤄져 있으며, 500여가구가 미분양 상태이다. 동일하이빌은 지난해 11월 분양가격을 4~10% 내리기도 했지만 청약자들의 발길은 뜸했다. 그러다가 최근 급반전했다. 동일하이빌 관계자는 “분양 현장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분양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며 갑작스런 분양 문의 증가를 반겼다. 일부 미분양 주택 시장에 불길을 다시 댕긴 것은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의 신축 주택(미분양 포함)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해 주기로 하면서 주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용인뿐 아니라 경기 김포, 고양, 인천 청라지구 등 수도권 분양 현장에는 미분양 주택의 계약조건 등을 알아보는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지에스(GS)건설 관계자는 “고양 미분양 아파트의 계약 조건을 묻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건설업계는 11년 전 외환위기 직후 양도세 감면 조처로 미분양 주택이 일시에 해소됐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업계의 이런 기대감은 실제 얼마나 채워질까?
■ 외환위기 직후와 다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의 양도세 감면 조처는 미분양 해소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주택시장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다. 미분양 사태는 무엇보다 주변 시세보다 20~30% 이상 높은 고분양값에서 비롯됐다. 분양값이 쌌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 미분양된 주택은 2007년 말과 2008년 초에 분양값 상한제를 피해 ‘밀어내기’식으로 공급된 고가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때 6만가구가 넘는 주택을 한꺼번에 공급했다. 따라서 매입 뒤 되팔 때 큰 양도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분양값이 애초에 높았던 만큼 이번에는 양도세 완화 효과가 클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미분양 주택보다, 양도세 혜택은 똑같이 주어지면서도 입지가 좋고 분양값 경쟁력을 갖춘 신규 분양 단지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높아진 점도 변수다. 1가구2주택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사람별 6억원 이상)는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더라도 양도차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또 외환위기 때는 한국만 어려웠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국내 실물경기 회복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파급 효과를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 지방 미분양 해소는 더 어려워질 듯 정부의 이번 양도세 감면 조처에 따라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을 팔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정부의 양도세 감면 조처는 수도권 비과밀억제권역과 지방에 대해 똑같이 적용한다.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 해소가 물건너갔다는 한숨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이 집을 살 때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주택에 우선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용인의 미분양을 사지 누가 부산, 대구 미분양 주택을 사겠느냐”고 말했다. 주택건설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도 “지방에 수천가구의 미분양이 있는데 경기 침체에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까지 겹쳐 지방 미분양을 털어내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며 “지방에서 그나마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도 수도권 주택을 우선 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6만257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서울 2263가구, 경기 2만2111가구, 인천 1492가구로 모두 2만5866가구다. 지방은 대구의 2만1324가구를 비롯해 경남 1만6877가구, 충남 1만5277가구, 경북 1만5054가구, 부산 1만4292가구, 광주 1만2672가구 등 모두 13만6704가구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지방에 견줘 훨씬 적다. 더욱이 지방에는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 물량이 많다. 현재 부산, 대구 등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대한주택보증 등 공기업이 매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팔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허종식 선임기자, 최종훈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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