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 양도세 줄이려 ‘신고 거래가 낮춰달라’ 요구
서울 은평뉴타운 등 입주예정 단지에서 실제 아파트 거래가보다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계약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운계약서’는 탈세 수단이면서 동시에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 김아무개(45)씨는 최근 은평뉴타운 현지 중개업소에서 매도가 6억5천만원짜리 136㎡(41평)형 아파트를 소개받으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현재 입주가 한창인 2지구에이(A)공구(태영 힐스테이트) 단지에 들어있는 이 아파트의 최초 분양값은 5억1천만원이었는데 1억4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김씨가 시세에 따라 웃돈을 치르겠다고 하자 현지 공인중개사는 매도인 쪽에서 ‘다운계약서’를 요구한다면서 거래가를 5억1500만원에 신고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이었다. 중개사는 “매도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관행”이라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도 나중에 양도세를 면제받게 되면 매수자 쪽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만일 이런 식으로 거짓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매도자는 양도차익 1억4천만원에 부과되는 4900만원(2년 이상 보유, 세율 35%)에 이르는 세금을 거의 한푼도 내지 않게 된다. 또 김씨가 3년 거주한 뒤 9억원 이하로 팔 경우에는 양도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이전 다운계약서는 깨끗하게 ‘세탁’된다. 양도세가 면제되는 순간 집을 살 때 신고가격을 낮춘데 따라 다시 양도가액을 낮춰 신고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다운계약서에 따른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양도세 추징이 끝나는 과세 제척기간을 10년으로 길게 두고 있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가 계약서를 근거로 신고하지 않는 한 세금 탈루를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씨는 국세청 탈세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은평뉴타운의 다운계약서 실태를 제보했으나 “계약서를 갖고 제보하지 않는 한 조사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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