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명 몰린 인천 모델하우스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청라지구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내방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이후 7만여 명의 구름 인파가 몰리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아파트는 6일부터 청약에 들어간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발코니확장 일괄시공 못하게 조건 내걸어
기본형 옵션이 마진 많아…사실상 ‘강요’
기본형 옵션이 마진 많아…사실상 ‘강요’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분양값 인하를 위해 지난해 도입된 아파트 ‘마이너스 옵션제’가 건설사들의 홀대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경우 마이너스 옵션에 따른 제약이 만만찮아 계약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늘고 있다.
5일 대규모 분양을 앞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면, 건설사들은 마이너스 옵션제를 선택하는 계약자의 경우 발코니 확장 일괄시공을 선택할 수 없도록 못박는 계약조건을 내걸었다. 발코니 확장 일괄시공은 계약자가 따로 비용을 지급하고 건설사가 아파트 건립 공사 때 시공해주는 것으로, 건설사들은 모두 본보기집 내부를 넓게 보이는 확장형으로 꾸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확장형 시공은 마감재 공사와 동시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해 마감재를 따로 시공하려는 수요자라면 발코니 확장도 자유롭게 개별적으로 하도록 한 것”이라며 “대부분 건설사들이 이런 계약 조건을 채택하고 있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마이너스 옵션 선택에 따른 제약은 그뿐만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계약일이 지난 뒤에는 계약자의 마음이 바뀌어도 추가로 기본형 옵션을 주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계약자는 아파트 입주에 맞춰 사전에 개별 마감재 시공을 할 수 없으며, 반드시 잔금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확보한 뒤에 시공해야만 한다.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기본형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특히 건설사들이 이런 계약 조건을 내건 이면에는 단순히 건설사 편의 위주 차원을 넘어선 다른 이유가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130㎡(39평)형 아파트의 발코니를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1500만원 안팎인데, 여기에는 건설사의 시공 마진이 거의 없다. 그러나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마감재 기본형 옵션은 시공 마진이 꽤 많다는 것.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처음부터 계약자의 기본형 마감재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옵션 계약과 발코니 확장 공사를 연계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분양된 경기 판교 새도시 ‘대우푸르지오’의 경우 전체 계약자 560명 가운데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계약자는 0.2%인 12명뿐이었다. 이때도 마이너스 옵션제를 선택한 계약자는 발코니 확장 시공을 계약할 수 없도록 한 게 영향을 끼쳤다.
건설업계의 이런 불공정한 분양 계약 관행은 계약자가 원하면 발코니 확장 시공과 마이너스 옵션제를 모두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대한주택공사와도 대비된다. 주공은 최근 경기 광명시 소하택지지구에 중대형(124~166㎡) 아파트 1310가구를 분양하면서 계약자가 청약 시점에 발코니 확장형이나 비확장형을 고르게 한 뒤 계약할 때는 누구나 마이너스 옵션 여부를 선택하도록 했다. 주공 관계자는 “공기업으로서 마이너스 옵션제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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