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가를 애초 2018년보다 6년 앞당겨져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전부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보금자리주택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세곡동 그린벨트지역에 27일 오후 보금자리주택지역으로 지정됐다는 푯말이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억~3억원 자금 여유있는 무주택자 혜택
서민가계 자금사정만으로는 ‘그림의 떡’
서민가계 자금사정만으로는 ‘그림의 떡’
보금자리주택 서민용 맞나
정부는 이날 밝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5㎡(33평형) 주택 기준으로 3.3㎡당 강남세곡·서초우면지구는 1150만원, 하남미사지구는 950만원, 고양원흥지구는 850만원 수준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무주택 서민들이 큰 부담없이 자기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격은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자 시각으로만 보면 싼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요자인 서민가계의 자금 사정으로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농지나 임야였던 그린벨트를 허물어 조성한 터에 짓는데도 분양가격이 강남세곡과 서초우면지구의 경우 3억~4억원선(전용면적 85㎡ 기준)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윤순철 국장은 “4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년 4000만원씩 10년을 꼬박 저축해야 한다”며 “연 소득이 300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이 서민의 상당수인데, 과연 서민주택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시가계의 형편을 살펴보면, 보금자리주택의 높은 분양가격을 실감할 수 있다. 전체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수준을 5분위로 나눴을 때, 딱 중간인 3분위 가구의 연간 소득이 약 3600만원, 순자산은 1억7000만원가량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서 겨냥하는 ‘서민’의 개념과 관련해 “3억원쯤은 쥐고 있는 무주택자라고 봐야 한다”며 “월세로 살거나 순자산이 1억 미만인 사람들은 주택을 구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더 내리긴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린벨트라고 하지만 시범지구 일대의 땅값이 의외로 비싸기 때문이다. 이미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지역은 땅값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보상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전에 보상했던 사례 등을 고려해 예상보상가를 뽑아보고 건축비와 가상비 등을 더해 분양가를 측정했다”며 “서울 시내에서 이 정도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곳은 찾기 힘든 만큼 이보다 낮은 가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임대주택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서민의 주택난을 해결할 순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보금자리주택 청약에 2억~3억가량의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되면서,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이라기보다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린벨트에 짓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7~10년으로 강화하고, 별도로 5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부터 몇차례 주택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한 전례가 있어, 보금자리주택 역시 규제가 풀릴 가능성을 엿보는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04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