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전예약 문제점과 개선책
사전예약 받아보니
희망자 많은데도 ‘3자녀’ 등 특별공급 남아돌아
기관추천 ‘가구수의 150%로 확대’ 등 손질나서
희망자 많은데도 ‘3자녀’ 등 특별공급 남아돌아
기관추천 ‘가구수의 150%로 확대’ 등 손질나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4곳에 대한 첫 사전예약이 10월29일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됐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드러내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입주 희망자가 많은데도 특별공급분 주택이 미달된 것을 가장 뼈아픈 정책 실패로 꼽는다. 또 서울 강남권에 대한 청약 쏠림현상이 나타난 점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사전예약에서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배정된 2205가구 가운데 17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국가보훈처(국가유공자), 보건복지가족부(장애인), 중소기업청(근로자) 등이 입주 대상자를 선정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추천했으나 서초 우면, 고양 원흥, 하남 미사지구에 배정된 172가구가 지역 선호도 등을 이유로 청약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관별로 추천을 받지 못한 채 떨어진 다수의 입주 희망자가 있는데도 172가구가 남아돌아 내년 본청약 특별공급으로 넘어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기관추천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장애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이번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은 철거 이주자한테 1015가구로 가장 많이 배정됐고, 국가유공자 707가구, 장애인 171가구, 중소기업 근로자 107가구 등이었다.
국토해양부는 기관추천 특별공급 미달 사태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제도 개선책을 마련했다. 다음 사전예약부터는 현행 기관별 추천자 수를 배정된 가구 수의 150%로 늘리며, 추천 대상자가 청약을 포기할 경우에는 이후 재추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급 가구에 비해 신청자가 많았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정 물량을 좀더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자녀 특별공급의 지역별 배분도 맹점을 드러냈다. 하남 미사지구에 대한 인천시 거주 3자녀 가구 배정분은 사전예약에서 미달 사태가 났다. 이는 인천시 거주자의 경우, 거리가 먼 하남 미사지구에 입주하기가 어려운데도 지역별 특별공급 물량이 기계적으로 정해진 탓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지역별 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또 사전예약에선 강남권에 청약 쏠림현상이 벌어져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3자녀 우선공급분 등이 모두 첫날 마감됐고, 일반 1순위 청약에서도 첫날 청약저축 1200만원 이상 납입자 등으로 일찌감치 모집 가구 수를 채웠다. 반면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의 경우, 일부 지역 우선공급분이 미달하는 등 대조를 보였다. 이는 주변 집값을 고려할 때 강남 2곳의 예상 시세차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강남권 보금자리주택만 시세차익이 지나치게 큰 것은 문제”라며 “비강남권이지만 도심과 가깝거나 서민들의 기존 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분양값이 낮은 주택이 많이 공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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