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 80% 달해
대출받아도 부담 커
공급량까지 확 줄어
대출받아도 부담 커
공급량까지 확 줄어
멀어지는 내집마련 꿈
“내 집 마련은 기대도 안해요. 집주인이 전셋값이나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7월 결혼한 박아무개(27)씨는 전세금 1억원으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고 3000만원은 은행 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이었다. 오는 6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박씨는 최근 전셋값이 오른다는 말에 한숨만 나온다. 박씨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면 방을 뺄 수밖에 없다”며 “지금 남편이 버는 돈으로 저축은커녕 대출원금 상환도 힘이 든다”고 말했다.
남편이 홑벌이를 하는 박씨 가족의 한 달 수입은 220만원가량이다. 한 달에 대출원금 상환과 이자비만 90만원가량이 나간다. 보험료 15만원, 통신비 12만원, 전기요금 등 공과금 13만원 등 고정 지출 비용을 제하면 매달 쓸 수 있는 돈은 70만원 남짓이다. 카드값과 생활비를 쓰고 나면 통장은 항상 마이너스다.
박씨도 결혼 초에는 작게나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놨던 ‘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 공약에 기대가 컸다. 당시 이 대통령은 20~30대 젊은 부부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제공을 위해 80㎡ 이하 소형 주택을 매년 12만가구씩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년 30만쌍가량이 결혼하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약이 수정되면서 공급량이 매년 5만가구로 줄었지만 그래도 박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를 대상으로 대규모 신혼부부 특별공급 사전예약을 시작했을 때 박씨가 느낀 것은 절망감이었다.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 100% 이하 등 모든 기준을 채웠지만, 결정적으로 자녀가 없어 자격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분양값도 꽤 높았다. 정부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반값아파트’라고 말하지만, 박씨는 3.3㎡당 850만~1100만원의 분양값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박씨는 “올해부터는 임신만 해도 자녀를 가진 것으로 인정해 준다고 하지만, 갚아나갈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1억원 가까운 은행 대출은 받을 수가 없는 처지”라며 “집값이 최저 2억원대인 번듯한 신혼부부용 아파트는 우리 같은 신혼부부에게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신혼부부라도 내 집 마련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결혼한 김아무개(29)씨와 박아무개(31)씨 부부는 모두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의 급여를 합치면 한 달에 600만원가량이 통장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300만원은 전세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로 바로 은행으로 출금된다. 김씨는 신혼 초 8000만원을 대출 받아 서울 시내에 1억3000만원짜리 전세를 얻었다. 전세자금 대출과 신용대출을 이용했는데, 전세자금은 고정금리 4.5%로 이자가 싼 편이지만, 신용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4%의 변동금리로 부담이 크다. 게다가 김씨는 부부합산 소득이 많아 정부가 공급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다. 김씨는 “출퇴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에서 일반 아파트를 구입하려니 지금 가진 돈으론 어림도 없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을 순 있겠지만, 매달 벌어 이자를 낼 생각을 하니 내가 집을 사는 건지 은행을 위해 봉사하는 건지 헷갈리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결혼한 배아무개(30)씨는 신혼이면서 자녀가 있어야 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경우다. 자녀를 낳고 돈을 모으는 일이 힘들다는 판단에, 몇 년 동안 돈을 모은 뒤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낳아 신혼부부 특별공급 1순위로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다. 배씨는 “신혼부부는 당장은 돈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준비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며 “짧은 기간을 정해놓고 공급물량을 늘려 공급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장기 저리 대출과 같이 실질적으로 신혼부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지난해 3월 결혼한 김아무개(29)씨와 박아무개(31)씨 부부는 모두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의 급여를 합치면 한 달에 600만원가량이 통장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300만원은 전세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로 바로 은행으로 출금된다. 김씨는 신혼 초 8000만원을 대출 받아 서울 시내에 1억3000만원짜리 전세를 얻었다. 전세자금 대출과 신용대출을 이용했는데, 전세자금은 고정금리 4.5%로 이자가 싼 편이지만, 신용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4%의 변동금리로 부담이 크다. 게다가 김씨는 부부합산 소득이 많아 정부가 공급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다. 김씨는 “출퇴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에서 일반 아파트를 구입하려니 지금 가진 돈으론 어림도 없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을 순 있겠지만, 매달 벌어 이자를 낼 생각을 하니 내가 집을 사는 건지 은행을 위해 봉사하는 건지 헷갈리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결혼한 배아무개(30)씨는 신혼이면서 자녀가 있어야 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경우다. 자녀를 낳고 돈을 모으는 일이 힘들다는 판단에, 몇 년 동안 돈을 모은 뒤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낳아 신혼부부 특별공급 1순위로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다. 배씨는 “신혼부부는 당장은 돈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준비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며 “짧은 기간을 정해놓고 공급물량을 늘려 공급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장기 저리 대출과 같이 실질적으로 신혼부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