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및 인근지역 연초대비 매매가 변동률
2년차 뒷심 발휘? 일시적 현상일뿐?
얼마 못갈것
열달동안 거래 18건 불과
“수급불균형탓…호가일뿐” 상승세 탄다
매매값 수천만~수억원↑
“학군 좋고 주거축 이동” ‘입주 2년차의 뒷심인가, 뭔가 다른 게 있나?’ 한때 ‘로또 판교’로 불리며 수도권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껏 받다가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추락했던 경기 성남 판교새도시가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경기의 극심한 침체에도 주변과 달리 집값이 하락하지 않고 나홀로 오르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기지역이었던 인천 청라지구에 이어 서울 강북구 미아뉴타운조차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깡통 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판교는 흔들림이 없다. 우선 인근인 분당, 용인, 평촌, 과천 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4일 부동산정보회사 <스피드뱅크> 조사를 보면, 연초대비 매매가 변동률은 판교새도시 1.66%, 분당 -0.85%, 평촌 -1.02%, 과천 -3.29%, 용인 -1.58%로 나타났다. 경기 전체(-0.97%)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분당의 대표적 중대형 단지인 파크뷰는 올들어 주택형에 따라 1억~2억원이 하락했고, 용인은 중대형 아파트는 2억원 이상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안양 평촌은 올초 중대형 위주로 가격이 하락하다가 최근에는 중소형도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비해 판교새도시는 지난해 7월 입주한 삼평동 봇들마을 9단지 전용 102㎡(16층)는 지난해 하반기 8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9억7000만~11억원으로 올라 있다. 봇들마을 9단지 142㎡는 12억∼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서판교의 산운 6단지 127㎡는 지난해 말 8억8000만원에서 지금은 9억원으로 상승했다. 판교의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 남부지역의 주거 중심축이 노후화한 분당에서 신흥 주거지역인 판교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는 중심상업지역과 업무단지 등 곳곳이 공사 중으로, 아직 편의시설은 미비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세가는 분당보다 훨씬 낮았지만 올 들어선 전셋값도 껑충 뛰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 입주한 동판교 ‘이지 더원’ 전용 85㎡의 전세가는 당시 1억5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2억5000만원으로 1억원 정도 올랐다. 현지 부동산업계는 삼평동의 보평초등학교가 지난해 9월 혁신학교로 지정되는 등 학군이 좋아지면서 전셋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판교새도시의 집값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저금리의 장기화에다, 양도소득세 부담과 일부 전매제한으로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아 수급이 극도로 불균형한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신고 내역을 보면, 지난해 6월말부터 올 4월까지 신고된 판교 아파트는 통틀어 18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말 중대형(전용 85㎡ 초과)의 전매제한이 풀렸는데도 10개월 동안 거래량 자체가 없다시피한 형편이다. 전매제한을 받고 있는 중소형의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를 미룬 불법전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현재 판교의 집값은 실거래에 따른 정상가격이 아니라, 시장에 나온 일부 매물의 부르는 값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비과세 요건인 보유 3년이 지나고 출구 전략으로 금리가 어느 정도 인상돼 봐야 판교의 가치가 판명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출 금리도 5% 이하로 낮고 양도세 부담은 높아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팔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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