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 추이
[DTI 해제 파장] 은행들 ‘DTI 자율적용’ 준비
정부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내년 3월 말까지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은행들이 후속조처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바뀐 규정과 절차 등을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공통으로 적용되는 대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 은행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대출 기준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체로 다음달 초순부터 새로운 기준에 따라 대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 의도’에 맞게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심을 하고 있다. 디티아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담보인정비율(LTV)만 50%를 적용하면 집값의 절반까지는 대출을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일단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등을 활용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게 대출심사의 기본 원칙”이라며 “디티아이 규제가 없어져도 내부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대출액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디티아이 폐지로 대출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실제 대출 수요가 뒷받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농협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중상위층에 속하는 은행원들도 더 이상 가계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며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 완화했다고 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2006년이나 2007년에는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너도 나도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한 상태라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엘티비 50% 제한을 유지하고 있는 한 디티아이를 폐지한다고 해도 아무나 손쉽게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디티아이가 폐지되면 연소득 3000만원인 사람이 수도권 비투기지역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한도가 1억7000만원(20년 만기, 금리 연 6%)에서 3억원으로 대폭 늘어나지만 추가로 자기 돈 3억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디티아이 폐지만으로는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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