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뒤이은 세계경제의 급격한 침체가 있었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5.1%에 달해 공포감을 줬다. 주가지수도 892포인트까지 급락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까마득한 옛날 일인 듯싶다. 현재 ‘경기 논쟁’은 존재하지만 ‘경제위기’라는 말은 지나간 역사 속 단어가 된 듯하다. 과연 주가지수를 믿고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주식시장은 선행지표로서 거짓말을 할 때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통계적으로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75% 정도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면서 “주가가 경기 선행지표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눈을 돌려 경제지표를 보면 주가지수와는 정반대로 심각한 경고를 하고 있다. 필자는 경제지표 분석을 토대로,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상황이 2차로 급락할 것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2009년 말 수출의존도는 49.90%에 이른다(<표> 참조). 과거 30% 후반대를 보이던 수출의존도도 너무 높은 것인데, 지난 2년간 훨씬 더 높아졌다. 2008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에서 고환율로 탈출해 수출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 돼버렸다. 50%에 육박는 수출의존도를 보인다면 그 나라의 경제는 세계경제의 동향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2003년부터 2007년 중순까지 약 4년6개월 동안 세계경제는 평균 5%에 가까운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 1970년대 초 이래 가장 강하고 오래 지속된 성장인데, 이것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림1>이 그 원인을 보여준다. 이 기간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수입을 크게 늘려준 덕에 다른 나라들이 높은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중략) <그림1>을 다시 보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두 번의 기간에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다. ‘주택 가격 하락 →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란 연쇄 과정이 시장에서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미국 소비자의 과소비를 일시에 증발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입 수요가 일시에 줄어드니 이에 의존해온 전세계 나머지 국가들에 미국의 경제위기는 간단하게 전파됐다. 수출의존형 국가인 한국과 중국은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중략) 그동안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떠받쳐온 것은 ‘경기부양책’과 ‘재고효과’ 두 가지였다. ‘경기부양책 → 경기회복세 → 재고효과→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경기회복세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생각보다 더 길어진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두 요소 중 재고효과의 위력을 경시했다. 하지만 이제 두 가지 동력이 다 꺼졌다. <그림4>는 경기부양책의 효력이 다 끝났음을, <그림5>는 재고효과가 힘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관성으로 경기가 아직까지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지만, 이제 동력이 완전히 꺼진 이상 결과는 정해져 있다. 요즘 ‘환율전쟁’이 화두다. 환율전쟁이 생겨난 가장 근본적 원인은 <그림1>이 보여주듯이 세계 수출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환율전쟁은 평화로운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그 끝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미 국민의 세금으로 전개한 막대한 부양책이 외국 경제만 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나가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암울한 조짐이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세계경제는 2차 급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택 지표와 제조업 지표, 무역수지,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출 동향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현상유지라도 해낸다면) 필자의 경제 분석은 모두 틀린 것이다. 반대로 경제지표의 동향이 필자의 예측대로 맞아떨어진다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원문 기사 보기 세일러/다음 아고라 논객
미국의 분기별 경상수지 적자 추이
(중략) <그림1>을 다시 보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두 번의 기간에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다. ‘주택 가격 하락 →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란 연쇄 과정이 시장에서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미국 소비자의 과소비를 일시에 증발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입 수요가 일시에 줄어드니 이에 의존해온 전세계 나머지 국가들에 미국의 경제위기는 간단하게 전파됐다. 수출의존형 국가인 한국과 중국은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중략) 그동안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떠받쳐온 것은 ‘경기부양책’과 ‘재고효과’ 두 가지였다. ‘경기부양책 → 경기회복세 → 재고효과→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경기회복세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생각보다 더 길어진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두 요소 중 재고효과의 위력을 경시했다. 하지만 이제 두 가지 동력이 다 꺼졌다. <그림4>는 경기부양책의 효력이 다 끝났음을, <그림5>는 재고효과가 힘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관성으로 경기가 아직까지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지만, 이제 동력이 완전히 꺼진 이상 결과는 정해져 있다. 요즘 ‘환율전쟁’이 화두다. 환율전쟁이 생겨난 가장 근본적 원인은 <그림1>이 보여주듯이 세계 수출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환율전쟁은 평화로운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그 끝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미 국민의 세금으로 전개한 막대한 부양책이 외국 경제만 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나가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암울한 조짐이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세계경제는 2차 급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택 지표와 제조업 지표, 무역수지,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출 동향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현상유지라도 해낸다면) 필자의 경제 분석은 모두 틀린 것이다. 반대로 경제지표의 동향이 필자의 예측대로 맞아떨어진다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원문 기사 보기 세일러/다음 아고라 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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