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새도시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부동산 114, 서울·경기 사업추진 가구 절반 ‘보류·중단’
지난해 수직증축 등 불허 여파…사업성 확보 어려워져
지난해 수직증축 등 불허 여파…사업성 확보 어려워져
아파트 고쳐짓기(리모델링) 사업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때 수직 증축과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밝힌 뒤부터다.
2일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아파트는 총 163개 단지 10만3914가구로 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74개 단지 4만7164가구(45.3%)가 사업을 보류 또는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113개 단지 5만6075가구 가운데 55개 단지 2만7131가구(48.3%)가 현재 사업을 보류 또는 중단했다. 경기도는 전체 50개 단지 4만7839가구 중 19개 단지 2만33가구(41.9%)가 사업추진을 멈췄다.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서울의 경우 강남·서초·노원·성동구 등에 몰려 있다. 경기도는 준공한 지 17~18년이 된 분당, 평촌 등 1기 새도시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분당 새도시의 경우 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16개 단지 1만7205가구가 리모델링을 검토해왔으나 현재는 11개 단지 1만1658가구만 추진 의사가 있고, 나머지 5개 단지 5547가구는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리모델링 사업의 정체는 무엇보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전용면적의 30% 이내에서 수평 증축해 가구 면적을 늘리거나, 지상 1층을 필로티(기둥만 세우고 공간을 비운 구조)로 만드는 조건으로 1개 층을 수직 증축하는 것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 수입이 없는 리모델링은 조합원들이 보통 ㎡당 100만원 안팎에 이르는 공사비를 분담금 형태로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109㎡(33평형) 조합원이라면 1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주민들은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 등 정부의 규제완화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최근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국회에 관련 법안(주택법과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연구용역도 진행됐으나 결국 국토해양부가 일반분양 허용 등은 여러 문제가 있다며 불허 방침을 밝힌 것이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본부장은 “정부 방침이 나온 뒤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인 상태”라며 “이대로 가면 리모델링 포기 단지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모임인 리모델링협회는 정부가 규제완화 불허 방침을 재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이달 17일 수직증축 허용과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리모델링협회 쪽은 “1기 새도시 200만가구 대부분의 건축 연수가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최신 건축 기술로 낡은 고층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최대한 장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가구 수 증가는 리모델링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며, 초과이익 환수장치 등이 있는 재건축과 형평성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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