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이율이 점점 떨어져 지난달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월세이율이 은행 예금이자보다 훨씬 높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바꾸면서 전세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9일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평균 월세이율은 지난달 0.94%로 전월에 비해 0.01%포인트 하락했다.
월세이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자율로, 전세보증금과 전환된 월세보증금의 차액을 분모로 하고 월세금을 분자로 한 뒤 100을 곱해 산출한다. 예컨대 아파트 전세금이 2억원인데 집주인이 이를 보증부 월세로 바꿔 1억원을 보증금으로 하고 나머지 1억원을 월세로 받는 경우 월세이율이 1%이면 매달 100만원, 0.94%이면 94만원이 된다.
이 지표에 대한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1년 1.22%에 달했지만 2002년 1.17%, 2003년 1.07% 등으로 점차 떨어지다 2006년 0.99%로 1% 이하로 하락했다. 그 뒤에도 2007년 0.98%에서 2010년 0.95%로 매년 0.01%포인트씩 하락했고, 이달 0.9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 구성비는 1월 현재 전세 57%, 보증부 월세 40.2%, 순수 월세 2.8%로, 3년 전인 2008년 같은 달에 비해 전세는 2.4%포인트 낮아지고 보증부 월세는 2.3%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월세이율이 떨어지는데도 임대인이 월세로 돌리려 하는 이유로 아직 전세에 비해 훨씬 유리한 금리를 첫손에 꼽고 있다. 월 1%면 연12%의 수익률로 연 3∼4%에 불과한 현행 시중예금 이자보다 매우 높은 것이다.
국토해양부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월세이율이 시중금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면 굳이 서민들이 어렵게 목돈을 구해 전세를 살 필요가 없지 않겠냐”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전세금이 액수도 과도하고 요율도 합리적 근거가 없어 장기적으로는 월세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시장이자율을 근사하게 반영하는 서구에 비해 훨씬 높게 책정된 월세 임대료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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