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증권

삼성은 실권주를 좋아해

등록 2008-01-20 21:48수정 2008-01-21 14:28

증자 방식 흐름도
증자 방식 흐름도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삼성 비자금 의혹의 연결고리로 최근 실권주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임원 명의로 인수해 차명계좌로 관리해왔을 것이라는 수사 결과와 관련 자료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실권주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유독 삼성은 실권주를 일반인에 공개모집하지 않고 회사 내부 특정인에게 배정해왔던 관행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이 실권주를 공모하자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내놓은 자식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가 돌 정도였다.

일반 공모 유난히 꺼려 시세차익 출구 궁금증

■ 증자 방식과 실권주 처리 유형=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을 유상증자라고 한다. 증자를 할 때는 기존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당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증자 비율을 반영해서 계산된 낮은 가격의 신주를 주주에게 보상 성격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이때 일부 주주가 신주를 받을 권리를 포기하면 부모를 잃은 고독한 실권주가 생기게 된다. 새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실권주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하는 것을 ‘주주우선 공모’ 방식이라고 한다. 그래도 새 부모가 안나타나면 주관 증권사가 임시로 입양하거나 불행히도 유산(미발행)된다.

반면 이사회 결의로 대주주나 임직원 등 특정인에게 입양시키는 것은 ‘주주배정’ 방식이라고 부른다. 아예 증자 단계부터 기존 주주들을 배제하고 일반인들에게 곧바로 신주를 모집하는 ‘일반공모’ 방식이나 전략적 참여자에게 신주를 통째로 넘기는 ‘제3자 배정’ 방식도 있다.

■ 삼성 실권주 몰아주기=지난 세기말(1998~1999년)은 실권주 투자의 전성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이 강제되면서 대기업들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제히 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신주의 발행가는 시가보다 25% 안팎 할인돼 발행되는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엘지전자 등 유수한 기업들의 증자는 당시 주가 상승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증자에 따라 실권 물량도 많이 쏟아져 이삭줍기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삼성 계열사들의 실권주만 시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998년부터 2000년 8월까지 4대 그룹 상장사들의 실권주 배정방식을 분석한 결과, 삼성은 임원 등 특정인에게 배정한 비율이 92.5%로 월등히 높았다고 밝혔다. 현대는 12.5%, 에스케이는 9.1%에 그쳤다. 삼성은 14개 상장사가 40차례 증자를 하면서 무려 37번이나 실권주를 특정인에게 몰아줬고 일반공모는 삼성물산 2차례가 전부다.


■ 특정인 배정의 모순=경제개혁연대는 실권주를 인수한 삼성 등기임원 170명의 조사기간 당시의 처분·평가이익은 이학수 부회장 46억원 등 모두 429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지금까지 실권주가 차명계좌에 보관돼 있다면 차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이다. 이사회에서 실권주를 특정인에게 배정하도록 의결하는 것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특정인에 이사들이 포함되었으므로, 의결권자이면서 동시에 이해가 관계되는 의안의 대상자였다는 점에서 업무 집행기관으로서 최소한 도덕적 해이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임원에 대한 특혜인지 비자금 조성 목적인지 현재로썬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실권주의 특정인 배정은 소액주주 보호나 상장차익의 공유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시중의 유동자금을 끌어와 회사의 설비투자에 활용하고 주주가치를 높여서 사회에 돌려주는 직접금융의 선순환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실권주 투자 르네상스를 보고 싶은 이유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