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요즘 송년회 등 각종 모임에서 주식이 단연 화제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발적인 활황장세를 보이는 주가지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술 내기’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과열 양상이 2000년 벤처붐 당시의 ‘묻지마 투자’ 수준에 버금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임직원들은 평소 연락도 없던 동문이나 인척들로부터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느냐”거나, “한방에 대박을 터뜨릴 주식은 뭐냐”는 따위의 문의전화 때문에 거의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친인척의 성화에 마지못해 “아이티(IT·정보기술) 주식이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을 했는데, 다음날 느닷없이 관리대상 종목인 ‘아이티’란 주식에 투자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한 증권사 임원은 “생면부지인 사람이 회사로 전화해 좋은 주식을 소개해 달라며 생떼를 부리는가 하면, 심지어 남태평양 원양어선에서 조업중인 선원이나 미국, 캐나다 등 재외 동포들까지 대박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알려달라는 전화를 해와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시황 자료에서 특별한 실적이 없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이런저런 소재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은 주가폭락 등 후폭풍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며 ‘적색 경보’를 잇따라 발령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두달여 만에 주가가 28배나 급등한 나노 관련 한 기업의 경우, 거품이 빠지면서 1조원이던 시가총액이 1주일 만에 5천억원으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멋모르고 뛰어든 ‘묻지마 투자자’들만 쪽박을 찬 셈이다. 남의 일로 여겨서는 곤란할 듯하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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