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효성·제일모직 ‘탈 섬유’ 잰걸음
신재생에너지·IT신소재 등 ‘첨단’ 거듭나기
신재생에너지·IT신소재 등 ‘첨단’ 거듭나기
‘실 짜던 과거는 안녕!’
1950~60년대 창업해 한국 섬유업계를 이끌었던 코오롱, 효성, 제일모직 등이 ‘탈섬유’로 가는 사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섬유에선 이제 경쟁력을 내세우기 힘들어졌다는 배경도 있지만, 미국의 듀폰이나 일본의 도레이처럼 첨단소재 등 미래 유망사업군을 거느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목표다.
올해 창립 50돌을 맞은 코오롱은, 사명이 ‘코리아 나일론’을 뜻하듯 오랜 세월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기초원사가 주력사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부문의 매출규모는 16% 정도에 불과하다. 섬유부문에선 초극세사나 아라미드 등 기능성 특수실로 주력을 옮기고 전자소재 등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이웅렬 회장이 내세우는 ‘미래의 먹거리’는 신재생에너지와 환경·바이오 분야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최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차세대 유기 태양전지’를 2010년까지 상용화시키겠다며, 얼마 전 이 분야의 기술보유자이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앨런 히거 미국 유시 샌타바버라대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광주과학기술원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와 공동연구에 나섰다.
효성도 최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옛 효성중공업에서 70년대부터 송배전 설비사업에 뛰어들었던 경험을 살려 ‘한국의 클린에너지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것이다. 최근 완공된 한국 최대의 태양광발전설비인 삼랑진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참여했고, 풍력에서는 아예 직접 발전사업자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 9월엔 엘시디 필름용 공장 건설에 들어가 본격적인 전자소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1954년 창업한 제일모직은 ‘양복지는 골덴텍스’라는 옛 광고문안이 아직도 낯익을 정도로 대표적인 방직업체였지만, 패션, 케미컬, 전자소재에 이르기까지 10년 주기로 기업변신을 해왔다. 90년대 중반 일찌감치 반도체 회로 보호재를 만들기 시작해 ‘아이티 소재 기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미 케미컬·전자소재의 매출액이 60%에 달해 ‘모직’이란 사명이 무색할 정도다. 업계에선 “코오롱이나 제일모직의 경우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그룹들의 모태가 된 기업이라 고민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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