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와 클린턴 전 대통령이 7일 코레타 스콧 킹 영결식장 단상에 나란히 앉아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
아버지·아들 부시, 클린턴과 공동행보
정치적 상극 두 집안 번번이 친밀성 과시
‘국정협조 대가로 힐러리 대선 지원’ 밀약?
정치적 상극 두 집안 번번이 친밀성 과시
‘국정협조 대가로 힐러리 대선 지원’ 밀약?
지난 7일 ‘흑인 민권운동의 퍼스트레이디’인 코레타 스콧 킹의 영결식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참석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위선적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흑인사회와 관계가 좋지 않은 데다, 지난해 11월 흑인 민권운동의 또다른 상징인 로자 파크스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공군1호기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해, 6시간 동안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미국의 양대 정치가문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를 “표면상으론 공통된 게 하나도 없는 두 가문의 이상한 우정과 상호 필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이런 모습 뒤에서 2008년 대선 구도를 구체화해 나가는 야망과 경쟁의식, 애정과 동맹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가와 클린턴가의 제휴설은 요즘 워싱턴 정가에 심심찮은 화제거리다. 민주당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부상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인 부시 가문이 국정운영 협조를 전제로 힐러리 클린턴의 대권 도전을 밀어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정치적 이념과 소신, 소속 정당과 출신지역 등을 감안할 때 도저히 화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아버지 부시와 빌 클린턴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고,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양 가문간 제휴설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두 가문의 연대는 2004년 말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와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촉매제가 됐다.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에게 모금운동을 부탁했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면서 친한 사이가 됐다. 아버지 부시는 하나밖에 없는 전용기 침대를 양보하는 클린턴에게 받은 감동을 두고두고 얘기했고, 클린턴이 지난해 심장수술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아버지 부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나의 좋은 친구”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에너자이저)”라며 클린턴을 칭송했다.
아버지 부시의 친밀감은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도 이어져 “나의 새 형제”라며 친근감을 표시할 정도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정연설에서 자신을 포함한 베이비붐 세대를 언급하면서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 즉 나와 빌 클린턴 대통령을 포함해”라고 말했다. 당시 힐러리 의원은 수차례 기립박수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시비에스>와 회견 때에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여느 때와 달리 “굉장한 사람”이라는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만약 힐러리 의원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질문에 “부시-클린턴-부시-클린턴 순환이 되겠다. 그럴 듯한 얘기”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정치가문의 애증관계가 대중의 관심사일 순 있지만,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8년 대선까지 시간은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2년간 민주·공화당의 당내 구도와 국제 정치경제 변화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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