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 10% 매각에 대한 트위터 투표가 ‘가결’됐다.
머스크가 6일 지분 10%를 팔지 말지를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묻는다고 한 뒤 7일 오후(미국 시각)까지 진행된 투표에 약 6200만 팔로어들 중 351만9252표가 참여했고 찬성률이 57.9%에 이르렀다. 머스크는 투표 마감 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 찬성률이 높게 나타난 결과에 대해서는 즉각 추가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머스크는 지분 처분 여부를 트위터 팔로어들한테 묻겠다면서, 미실현 이익을 조세 회피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민주당의 억만장자 증세 정책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이다. 머스크는 “난 어디로부터든 현금 급여나 보너스를 받은 바 없다”며 “다만 주식을 가졌을 뿐으로, 개인적으로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 10%의 가치는 지난 5일 종가를 적용하면 210억달러(약 24조9165억원)에 이른다. 이만한 주식의 처분 여부를 트위터 팔로어 투표에 부친 것은 머스크 특유의 돌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통상 대기업 지배주주들은 기업 자체를 매각할 게 아니라면 지분 처분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다. 경영권에 대한 불필요한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 탓에 불만이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주식 처분을 놓고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파는 게 나쁘지는 않다. 테슬라 주가는 5일 주당 1222달러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기회가 온 셈이다. 머스크는 내년 8월이 만기인 테슬라 스톡옵션 2286만주를 갖고 있어, 이에 대한 세금도 내야 할 처지다.
머스크로서는 큰 현금도 손에 쥐고 민주당에 대한 억만장자들의 불만도 제기하는 일석이조를 노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트위터에 “결국 그들(민주당)은 다른 사람들 돈을 다 써버리고 당신한테 갈 것”이라는 선동성 글도 올렸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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