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복지지출법안을 반대해온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17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의원 오찬 모임에 들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더 나은 재건’을 위한 2조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지출법안이 여당인 민주당 상원의원 한명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19일 <폭스뉴스>의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5달 반 동안의 협상 끝에 “나는 이 입법안을 지지하는 투표를 계속할 수 없다. 인간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했으나, 나는 지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맨친 의원의 이 발언은 애초 3.5조달러 규모였던 지출법안을 2조달러로 줄이며 타협을 시도해 온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현재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50 대 50이기 때문에 민주당인 맨친 의원이 반대하면, 지출법안은 통과될 수 없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더 나은 재건’을 위한 지출법안은 △자녀세액공제 확대 △무상 유치원 △탁아수당 강화 등으로 중하류층 가정 지원을 뼈대로 하는 사회복지 지출법안이다. 중산층 이하를 위한 5천억달러 규모의 면세뿐만 아니라 탄소방출을 억제하기 위한 환경대책 등도 담고 있다.
이 지출법안은 지난 11월15일 통과된 1조달러 규모의 사회인프라 지출법안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재건을 선언하며 내놓은 야심적인 공약들이다. 제2의 뉴딜로 불리는 이 지출법안들의 재원 일부는 부유층과 대기업, 금융자산에 대한 조세를 강화해 마련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부자들과 대기업들은 법안에 반대해왔다.
맨친 의원의 공개 반대 선언에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젠 사키 대변인은 이날 밤 성명을 내어 맨친 의원의 이 선언은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입장 번복”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공격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의 상원의원은 “그 법안이 해결하려는 높은 의료비용과 탁아비용을 많은 가정들이 그대로 수용해야만 하는지를 설명해야만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맨친 의원이 지난 14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제안을 내놨는데 이는 민주당이 지난 10월 막후에서 합의한 지출법안의 같은 규모와 범위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조8500억달러 규모의 지출법안을 마련했었다.
사키 대변인은 그러면서 맨친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때 “백악관은 타협이 가능하고 맨친이 대화를 계속하는데 동의했다고 믿었다”면서 “우리는 그가 다시 입장을 번복할 수 있는지, 앞서의 약속을 존중할지, 자신의 말에 진실할지를 보기 위해 그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런 입장 표명과 달리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맨친 의원의 대화는 별 소득이 없었다고 민주당 진보 진영의 한 인사는 전했다. 이 법안을 적극 찬성하는 민주당의 진보적 인사는 지난주 대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맨친 의원에게 지출법안을 지지하라고 압력을 넣었으나, 결과는 비생산적이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이 지출법안을 적극 지지해온 진보진영 의원들을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시엔엔>(CNN)에 “몇달동안이나 맨친과 이러고 있다”며 “맨친 의원이 (그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와 미국의 일하는 이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다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반대표를 던지게 하자”고 법안 강행을 제안했다. 바이든은 애초 3조5천억달러 규모로 이 지출법안을 마련했으나, 맨친 등의 반대로 그 규모를 2조달러 이하로 축소해왔다.
맨친 의원은 애초 보수 성향인데가, 미국에서 가장 낙후되고 사회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주 중의 하나인 웨스트버지니아가 지역구인 관계로 바이든 대통령의 진보적인 사회지출법안을 반대해왔다. 특히, 웨스트버지니아가 전통적인 석탄산업에 기대고 있는 점도 있어 친환경 조처를 담고 있는 지출법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아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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