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국제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지난 2020년 1월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뒤, 구조팀이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테헤란/IRNA AFP 연합뉴스
캐나다 법원이 이란 정부에 여객기 격추 사건 책임을 물어 유족에게 100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은 지난 2020년 미사일에 피격돼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탑승자 6명의 유족에게 이란 정부가 1억700만캐나다달러(약 1003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3일(현지시각) 캐나다 <시비시>(CBC) 방송이 전했다.
지난 2020년 1월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탑승자 중에는 캐나다 국적 55명과 영주권자 30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란 정부는 처음에는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했지만 사흘 뒤 이란 혁명수비대가 여객기를 미군 물체로 오인해 격추했다고 인정했다. 격추 사건 닷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특수부대 쿠드스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에서 미군에 암살당해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이란 정부는 당시 이런 상황으로 인해 자신들이 “재앙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이란 정부는 2020년 12월 군의 과실이 있었다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유족들에게 1인당 15만달러씩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국민이 희생된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부 등은 사건 조사 보고서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이란의 보상안을 거부했다.
이후 지난 5월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이 이란 군의 여객기 격추가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 판결은 이번 배상 판결의 법적 기초가 됐다. 캐나다는 지난 2012년 “테러를 지원한 외국 정부”에 대해 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주권면제란 한 나라의 국내 법원이 다른 국가의 행위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이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34부)도 위안부 제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이 사건의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 해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게 배상을 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이 이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캐나다 정부 역시 이 판결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 변호인은 이란이 캐나다와 외국에 보유한 국외 자산을 압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란 정부의 맹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 5월 판결 때도 “전혀 근거가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캐나다 재판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온타리오 법원의 재판은 궐석 재판으로 진행돼왔다. 캐나다 정부는 격추 사건 때 자국민이 탑승했던 다른 나라와 함께 이란 정부에 배상 협의를 추진 중이라고 <시비시> 방송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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