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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수단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 비아랍계 주민 150명 넘게 학살

등록 2022-04-25 12:27수정 2022-04-25 12:55

유목 아랍계-농경 비아랍계 해묵은 갈등 악화
쿠데타로 민간정부 무너진 뒤 ‘유혈’ 통제안돼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시민들이 군사정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월10일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시민들이 군사정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월10일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 대원 몇백명이 24일(현지시각) 수단의 다르푸르 서쪽 마을을 습격해 적어도 150명이 숨졌다.

다르푸르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 ‘난민과 유민을 위한 종합협력’은 이날 습격으로 주민 168명이 살해됐고 9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수단의 유엔기구 관계자도 이날 현지에서 150~200명이 숨졌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아랍계 민병대의 공격은 이날 새벽에 몇백명의 무장세력이 케레네이크 마을을 에워싸면서 시작됐다. 오토바이 등을 타고 몰려든 이들은 총을 쐈으며 나중엔 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살해했다. 지난해 10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사건이 일어나자 병력을 파견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이 지역에 배치돼 있던 군병력뿐 아니라 새로 파견된 병력도 이들 아랍계 민병대의 공격을 거의 지켜보기만 했다고 전했다.

이들 아랍계 민병대는 이웃한 엘게네이아 마을까지 공격했다. 이들이 총을 쏘며 거리를 활보하자 순식간에 거리는 텅 비었다. 마을 주민 이브라힘 무사는 “세상이 뒤집혔다”며 의사들과 정부 관리들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유엔의 수단 특사 볼커 퍼시스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민간인의 잔혹한 살해”에 개탄하며 폭력의 즉각 중단과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난민과 유민을 위한 종합협력의 대변인 애덤 리걸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를 이번 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2일 소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아온 아랍계 유목민 두 명이 케레네이크 마을 근처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촉발됐다고 유엔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아랍계 민병대가 보복에 나서 이 지역의 무장세력과 충돌하면서 이번 학살로 확대된 것이다.

수단에서 목축을 하는 아랍계와 농사를 짓는 비아랍계 사이의 해묵은 갈등은 2000년대 들어 여러 차례 최악의 유혈 사태로 나타나곤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배후인 잔자위드 민병대는 수단 군부의 후원 아래 잔혹한 살상을 저질러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이번 달 초에는 잔자위드 지휘관 중 하나인 알리 쿠샤이브가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31개 항목의 전쟁범죄와 인도적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9년엔 오랜 독재자 오마르 하산 알바쉬르가 축출되면서 유혈 충돌이 통제되는 조짐을 보였으나, 지난해 10월 군부 쿠데타로 민간정부가 무너진 이후 다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특히 잔자위드 지휘관이었던 모하메드 함단은 쿠데타 이후 강력한 준군사조직을 이끌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서방외교관들이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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