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다리 위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총기 규제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권총 휴대를 금지한 뉴욕주 법률에 대해 조만간 위헌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달 안으로 권총 휴대를 금지한 뉴욕주 법률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예정이다. 뉴욕주 버펄로와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으로 총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지만, 대법원 안팎에서는 위헌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공개변론에서 드러난 대법관들의 시각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뉴욕주의 총기 규제 관련 법률을 보면, 권총을 사려는 사람은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집 밖에서 휴대하려면 자기방어에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식으로 별도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 올해 들어 뉴욕시에서 불법 휴대를 이유로 압수된 총기는 3천정이 넘고, 이와 관련된 체포자도 28년 만에 가장 많다. 총기 보급량이 크게 늘어난데다 총기 관련 사건이 잇따르자 뉴욕시 치안 당국은 바싹 긴장해 있는 상황이다. 4월에 지하철 권총 난사로 10명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다.
대법원이 이 법안에 대해 위헌을 선고하면, 2008년 워싱턴시 권총 취득 금지법 위헌 판단에 이어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뉴저지·코네티컷·메릴랜드 등 다른 주의 비슷한 법률도 폐지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권총 소지 면허 제도도 위헌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비에스>(CBS) 방송은 “지하철, 경기장, 은행, 학교, 교회에서 권총을 자유롭게 휴대하는 경우”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대법원이 2008년에 이어 연방 차원에서 총기 소유와 휴대의 자유를 확대하는 결정을 내리면, 잇따른 총기 참사로 인해 ‘규제론’으로 기운 여론을 거스르는 꼴이 된다. 앞서 대법원은 22~24주 여성들의 임신 중지를 폭넓게 인정해온 ‘로 대 웨이드’(1973) 사건 판례를 뒤집는 쪽으로 판결문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보수색이 강해진 대법원이 잇따라 민심에 역행하는 길을 갈지 미국 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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