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만 총통부에서 만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이 무력시위로 반발하는 가운데 백악관이 지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지지 성명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방문은 하원의장이 결정한 것이고, 의회는 독립된 정부 기구”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우리는 확실히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모니터하고 있으며, 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전날에도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고,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초 조 바이든 대통령 등 행정부 쪽은 그의 대만 방문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문이 현실화한 이상 중국의 위협에 범정부적으로 맞서는 태도로 전환한 셈이다.
이날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우리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방문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부합하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대만관계법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소속 의회 지도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 문제를 놓고는 양당에서 공감대가 상당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은 중국에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하라면서 상황 안정을 위한 의지도 강조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 소용돌이가 어떤 위기나 충돌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미국은 위기를 추구하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군이 발표한 대만 주변 해역 훈련 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며, 미군은 중국군이 벌이는 무력시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도 다시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통화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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