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19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던진 말을 백악관 관계자들이 해명하며 뒷수습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방영된 <시비에스>(CBS) 방송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끝났다”며 코로나19 사태 종식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갖고 있다. 아직 그에 관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도 팬데믹은 끝났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발언에 2년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온 방역 담당자들이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감염 상황이 진정되고 방역 조처들이 잇따라 완화되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사태 종식’을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담당자들이 사전 녹화된 인터뷰 발언을 코로나 담당 팀에 알리지도 않았으며, 보건 관리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전해듣고 ‘마침내 임무를 완수했다’며 냉소적인 농담이 나왔다고 전했다.
백악관과 미국 보건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여전히 유효하며, 해제 계획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지휘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대통령이 말했듯 몇 달 전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지기는 했어도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바이러스 감염 수준을 낮추려면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나는 매일 400명씩 죽는 현실이 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미국의 지난 2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전보다 24% 감소한 6만4973명, 사망자는 18% 줄어든 408명이었다. 특히 보건 관리들은 사태가 끝났다는 판단이 공식화되면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받을 근거가 약해진다는 점을 걱정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시비에스> 인터뷰 발언 주워담기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말을 두고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투입을 확약하는 듯한 발언이 전통적 노선인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는 것으로 인식되자 기존 대만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대통령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며 “우리의 정책은 일관되며, 바뀌지 않았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백악관의 해명을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고수하겠지만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유효하다는 뜻으로 들리는 발언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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