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가 2023년 3월 30일 워싱턴 디시의 의회의사당 위를 날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 상공의 비행제한구역에 민간 경비행기가 들어와, F-16 전투기가 요격 명령을 받고 긴급 발진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연방항공국(FAA)는 3일 오후(현지시각) “세스나 사이테이션 경비행기가 테네시 주 엘리자베스 타운에서 이륙한 뒤 뉴욕 롱아일랜드 맥아더 공항을 향해 가다 롱아일랜드 상공에서 기수를 돌려 워싱턴으로 날아 들어왔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항공 당국은 비행 의도와 목적 등을 묻기 위해 경비행기의 조종사를 호출했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가 요격 명령을 받고 출격했으나, 경비행기는 이와 무관하게 버지니아 주 몽벨로 인근 산악지대에 추락했다. 왜 추락했는지는 당장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기의 비행을 추적하는 사이트에는, 이 경비행기가 특정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분당 3천피트(9.1㎞)의 속도로 빙글빙글 돌며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난다. 항공 당국과 경찰은 사건의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NORAD)는 나중에 성명을 내어 당시 출격한 F-16에 음속 비행과 플레어 사용이 허용됐다고 밝혔다. 항공기가 음속 비행에 들어갈 때는 큰 굉음을 낸다. 실제 이날 휴일을 즐기던 시민들 중에는 굉음에 놀라 당국에 무슨 일인지 묻는 이들도 많았다. 플레어는 통상 항공기를 향해 날아오는 유도 미사일을 기만해 따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요란한 불꽃으로, 당시 지상에서도 플레어를 목격한 사람들이 많았다.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는 플레어 사용에 대해 “경비행기의 주의를 끌기 위한 시도”였다며 “플레어는 지상의 사람들과 경비행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용했으며, 실제 아무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비행기는 플로리다주에 등록된 개인기업 소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의 대표인 존 럼펠(75)는 <뉴욕 타임스>에 사고 비행기에는 “딸과 2살 손녀, 유모, 조종사 이렇게 4명이 타고 있었다”며 “딸 가족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우리 집에 나흘간 머물다 뉴욕주 이스트 햄프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며 “만약 기내에 기압이 떨어졌다면 비행기에 타고 있던 모두 잠에 빠져 아무도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그의 형제와 매릴랜드 군기지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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