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지지율 하락 언론에 화살 돌려…공세적 대응으로 실언 잇따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화되는 이라크전을 놓고 언론에 책임을 돌리고 실언도 잇따라 하는 등 평정심을 잃고 있다.
그는 20일 이라크 침공 3주년을 맞아 연설을 하면서 이라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언론에 불만을 터뜨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클리블랜드 시티클럽 연설에서 이라크 도시인 탈 아파르를 예로 들면서, “지금 우리는 (탈 아파르의)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거리에서 안전하게 뛰어노는 걸 볼 수 있다. 도시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 아파르는 이라크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민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런 내용은 볼 수가 없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엔 “때로는 기자와 역할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으며, 그들이 과연 주의를 잘 기울이는지 점검하고 있다. 간담회가 반쯤 지나니까 기자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민들의 이라크정책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게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이란 불만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밤 <시엔엔(CNN)>의 즉석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97%가 “(지지율 추락은) 정책 잘못 때문이지,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3%에 불과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요즘 청중들과 적극적으로 일문일답을 하는 등 공세적으로 현안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부시는 지난해 11월 국제현안협의회(WAC) 초청연설에서, 이라크인 사망자 숫자와 관련해 “3만명의 이라크인이 숨졌다”고 답해 보좌관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보좌관들은 ‘3만명’이란 숫자의 출처를 파악하느라 애를 썼는데, 결국 정부 내부정보가 아니라 ‘이라크바디카운트’라는 민간 웹사이트에서 나온 것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지난달엔 한 모임에서 우간다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다르푸르(수단)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엔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엉뚱한 대답을 한 적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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