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해 기존보다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의 수출도 금지시켰다. 이번 조처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마찰 요인이 추가된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17일 저사양 인공지능 칩의 대중 수출도 불허하고 수출 통제 우회를 차단하는 내용의 새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면서 특정 성능 이상의 인공지능 및 슈퍼컴퓨터용 반도체의 수출도 금지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처로 미국 업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A800과 H800의 수출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1년 전 수출 통제로 인공지능 컴퓨팅에 많이 쓰는 자사 제품 A100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게 되자 저사양 칩을 개발해 판매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런 제품도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유용하고, 무기 개발에 사용되면 미국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출 통제 범위 확대를 고려해왔다.
미국 상무부는 또 상하이바이렌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 등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두 곳과 그 자회사들을 무역 제한 리스트에 올려, 이들에게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 허가를 얻도록 했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들이 수출 통제를 우회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반도체 업체들이 40여개국으로 칩을 수출할 때는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한 범위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이를 논의해온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에이에스엠엘(ASML)은 “제한적 숫자”의 시설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추가 수출 통제 발표를 앞두고 “군사적 기술과 상업적 기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는 것은 어렵다”며, 상업적으로 쓰이는 동시에 군사적 목적이나 시민 억압에 쓰는 이중 용도 기술은 수출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 수출 통제에 반대해온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번 발표에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통제는 외국 고객사들이 다른 공급처를 물색하게 만들어 국가 안보는 증진시키지 못한 채 미국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는 성명을 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추가 수출 통제 전망을 놓고 “무역과 기술 문제의 정치화와 무기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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