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남미 |
“미국, 우간다에서 에이즈치료 무분별 임상시험” |
미 보건원 박사 주장…“우간다서 수백명 산모·아기에 투약”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우간다에서 에이즈 치료약을 연구하면서 부작용이 있는 약을 무분별하게 투여해 수백명의 산모와 아기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이 4일 다시 제기됐다.
국립보건원의 조나산 피시바인 박사는 이날 독립적인 조사위원회에 출석해 “국립보건원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구를 묵인했다”며 “이건 아프리카인들의 생명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국립보건원은 우간다에서 산모와 아기들에게 에이즈바이러스 전염방지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네비라핀을 투여하는 연구를 해왔다. 네비라핀은 1990년대부터 성인 에이즈 환자에게 투여돼 왔지만, 반복 복용하면 간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다른 에이즈 약제에 면역력을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피시바인 박사는 “연구과정에서 자료보관과 관리가 형편없었고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네비라핀이 무분별하게 투약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립보건원 전염병 책임자인 클리포드 래인 박사는 자료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네비라핀은 갓 태어난 아기에 한번만 투약하면 에이즈 보균자인 산모로부터 전염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어쨌든 이걸 사용해 우간다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확산을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시바인 박사는 “미국에서라면 그런 연구를 그대로 실행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아프리카인의 생명은 미국민처럼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 이중기준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립보건원의 이 연구는 여러 차례 내부 문제제기로 한때 15개월간 중단되기도 했지만, 2003년 다시 재개됐다. 피시바인 박사는 연구 재개에 반대했고, 그뒤 국립보건원에서 해고됐다. 이에 대해 피시바인 박사는 “연구의 문제점을 폭로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립보건원은 “그의 연구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6g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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