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관타나모 수용소 특별군사법정 위법” 판결
제네바협정 따른 처우 명시…폐쇄여론 더 거세질듯
제네바협정 따른 처우 명시…폐쇄여론 더 거세질듯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5년째 벌여 온 ‘테러와의 전쟁’의 도덕성이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각) 부시 대통령 지시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설치된, 외국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하기 위한 ‘군사위원회’(특별군사법정)를 미국법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5 대 3으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특별군사법정 설립은 행정부 월권행위이며 행정부에 의한 이러한 자의적인 권력집중은 헌법의 대원칙인 3권분립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알카에다와의 싸움에서도 제네바협정이 적용돼야 하며 모든 수감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수감자들에게 적용할 기준을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포로 처우에 관한 기준을 담은 제네바협정이 주권국가 간에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테러용의자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부시 행정부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또 특별군사법정에선 피고가 자신의 혐의사실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피고의 기본권을 제약하려 한 부시 행정부 계획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불법적인 기약없는 장기구금과 고문 등 신문기법을 동원한 비인권적 대우 등으로 국제적 폐쇄압력을 받아온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해군기지 안에 위치한 수용소의 존재의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국내외의 폐쇄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판결을 신중하게 검토하겠지만, 판결이 살인자들을 거리로 내보내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판결에 부합한 재판을 받도록 하는 전향적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수용소를 폐쇄하거나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미국민의 목숨이 달린 대테러전쟁에선 대통령 결단이 법적 근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태도로 일관해온 부시 대통령의 통치철학 전반에 커다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판결은) 전시 최고지휘관(대통령)이라도 헌법이 규정한 범위 안에서 통치해야 한다는 점을 판시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른 언론들도 국내 불법도청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유럽 비밀 포로수용소 운용 등 국가안보를 앞세운 부시 행정부의 월권적 통치행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박찬수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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