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금융시장 걱정은 선거 불복”
뉴욕타임스 “동맥지속-좌파합류 갈림길”
뉴욕타임스 “동맥지속-좌파합류 갈림길”
멕시코에 쏠린 세계의 눈·귀
미국 언론들은 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는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면서, 유력한 두 후보가 서로 승리를 주장하는 등 정치적 긴장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개표 결과 불복→정치적 혼란’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일요일 밤시간대라서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밤 인터넷판에서 “이번 대선은 멕시코가 보수적 노선을 유지하고 미국의 동맹국으로 계속 남을 것인지, 최근 몇년 남미를 휩쓴 좌파 흐름에 합류할 것인지가 걸린 선거”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이번 선거는 6년 전 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당선으로 70년 이상의 일당독재를 끝낸 멕시코가 완전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선거가 미국 의회의 이민법 논란과 겹치면서 전례없는 관심을 끌었다며, “오브라도르 후보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와 비슷한 좌파적 경향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심어줬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도 멕시코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멕시코가 세계 2위의 신흥시장임을 상기시키며, “좌파인 오브라도르 후보의 당선 여부를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의 한 보고서는 “시장친화적으로 분류되는 칼데론 후보가 당선했으면 하는 것이 물론 시장의 바람”이라며 “그렇다고 오브라도르 집권이 시장을 뒤집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정작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며 “그 파장이 전체 신흥시장에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시장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언론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사 배치와 내용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보수적 성향의 일간 <엘 우니베르살>은 월드컵 8강전에서 프랑스에 무릎을 꿇은 브라질의 호나우두 선수가 침울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사진을 1면 맨 위에 실었다. 이 신문은 같은 면 대선 관련 기사에서도 투표율이 60%로 예상된다는 정도의 내용 위주로 보도했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라 호르나다>와 <레포르마>의 경우 ‘변화냐 영속이냐’ ‘선택해야 할 때’란 제목을 달아 대조를 이뤘다. 이는 오브라도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경우 승리 기대감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선 처음으로 국외에 거주하는 멕시코인들에게 투표권이 인정됐으나 실제 투표율은 저조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유권자 3만5746명을 포함해 재외 멕시코인 4만854명이 등록했으나 미국의 경우 2만8335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데 그쳤다. 퓨히스패닉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내 멕시코계는 2060여만명으로 미국 내 히스패닉계의 58%를 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적절한 조직들이 유권자 등록을 받았고, 적은 액수지만 유권자 등록비를 받은 것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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