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선거 귀재’ 칼 로브 내리막길?

등록 2006-09-03 19:15

지난 2005년 7월14일 칼 로브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인디애나 블랙 엑스포사가 주최하는 오찬에서 연설하기 위해 인디애나폴리스로 떠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클로드 앨런 국내담당 보좌관(오른쪽)과 함께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지난 2005년 7월14일 칼 로브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인디애나 블랙 엑스포사가 주최하는 오찬에서 연설하기 위해 인디애나폴리스로 떠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클로드 앨런 국내담당 보좌관(오른쪽)과 함께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공화당 독주시대’ 지휘…반전여론 번지자 위축
11월 선거서 판가름…하원서 민주 다수당 전망
‘공화당 독주시대’를 그린 선거전략가 칼 로브의 꿈은 스러지는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민주)이 뉴딜 정책으로 국민들을 사로잡은 뒤 미국에선 20여년간 ‘민주당 시대’가 계속됐다. 보수적 선거전략가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에겐 ‘공화당 시대’를 여는 게 꿈이었다. 2004년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만 해도 그의 꿈은 실현되는 듯 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측근 정치참모인 그를 가리켜 “이번 선거운동의 설계자”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칼 로브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선거운동의 귀재라 불리는 로브의 목소리에 공화당 출마자들이 더이상 귀를 귀울이지 않는 것이다. 한때 로브의 얘기는 복음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일부 공화당 출마자들이 칼 로브의 조언에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그와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로브 선거전략의 핵심은 이른바 ‘2T’였다. ‘테러리즘’(Terrorism)과 ‘유권자 동원’(Turnout)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선거 때마다 국가안보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켜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심리를 자극했다. 그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한 보수성향의 기독교 복음주의 표가 부시 대통령의 2000년, 2004년 선거 승리에 결정적이었던 데는 로브의 공이 컸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 악화와 더불어 미국민들의 반전여론이 높아지면서, 국가안보를 앞세우는 그의 전략은 올 11월 선거에선 더이상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상·하원 후보 가운데는 부시의 이라크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부시, 로브와 ‘거리두기’를 통해 선거에서 살아남으려는 것이다.

메릴랜드 부지사인 마이클 스틸(공화)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화당적이 (11월 선거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볼티모어 선>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부시의 최측근인) 칼 로브는 일부 후보들이 백악관과 거리를 두려 하는 기묘한 상황에 자신이 처해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고 말했다.

보수 색채가 너무 강한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에 의존해서 선거 승리를 노리는 로브의 유권자 전략도 정통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영향력있는 보수 평론가들이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백악관과 공개적으로 절연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 선>은 “11월 중간선거는 ‘공화당 독주시대의 지속’이라는 칼 로브의 목표가 얼마나 성공적일지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상원은 몰라도 하원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올라서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하원 승리는 곧 부시 행정부의 입법 활동이 더이상 불가능할 것이란 의미라고 로브는 인정한다. 부시 정권의 몰락은 로브 자신의 꿈의 몰락이란 걸 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