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년동안 연말에 몰래 130만달러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 래리 스튜어트
미국 기업인, 26년동안 130만달러 기부
“사람들은 서로 돕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게 아닌가요? 내 얘기가 알려져 더 많은 비밀 산타클로스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지난달 캔사스시티의 타블로이드 신문에 얼굴과 신분이 공개돼버린 ‘비밀 산타클로스’ 래리 스튜어트(58)는 20일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6년간 남몰래 선행을 계속했던 그는 식도암이 간까지 퍼져 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몬태나주의 리스서미트에 사는 성공한 기업가인 스튜어트가 그동안 워싱턴·뉴욕·시카고·캔사스시티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익명으로 나눠준 금액은 약 130만달러. 지금은 장거리전화회사 사장으로 백만장자이지만, 그는 가난의 고통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비밀 산타로 나서게 된 것은 자신이 남에게서 받은 도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1971년 겨울 휴스턴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당시 회사가 망해 이틀 동안 굶어야 했던 그는 한 식당에 들어가 아침을 시켜먹고는 지갑을 잃어버린 척했다. 그 때 식당주인이 자리로 와서는 바닥에서 20달러를 주운 척하며 “이 사람아, 돈을 떨어뜨린 것 같네”라며 곤경에서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계산하고 나오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처지가 되면 돕겠습니다”고 하느님에게 맹세했다는 것이다.
그의 선행은 79년 크리스마스 무렵 한 식당에 들렀다가 거스름돈을 팁으로 받은 여종업원의 환한 표정을 본 뒤부터 시작됐다. 이후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나눠주고 다녔다. 99년엔 18년 전 그 식당주인을 수소문해 찾아가 1000달러 봉투로 보답했다.
그는 지난달 이름이 공개된 뒤 많은 사람들이 편지와 이메일로 자신처럼 ‘비밀 산타를 해보겠다’는 뜻을 알려온 데 대해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젠 비밀산타가 아니지만 올해에도 스튜어트는 19, 20일 캔사스시티에서 10만달러를 거리에서 나눠줬다. 그가 교육한 네 명의 비밀산타도 그의 돈 7만5천달러를 나눠줬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