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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1 17:27 수정 : 2005.03.21 17:27

15년째 식물 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40대 여성에 대해 플로리다 주법원이 안락사를 허용한 지난 16일 이 여성이 누워 있는 플로리다 주 호스피스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생명’이라고 쓴 테이프로 입을 가린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로리다/AFP 연합



15년째 식물인가 40대 여성 놓고
주대법원 “급식튜브 제거” 판결에
연방의회 문제제기…대통령 가세

15년째 식물 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40대 미국 여성의 안락사를 두고 남편과 여성 부모의 다툼이 주의회와 주법원의 법적 공방으로 번지더니 연방의회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전역이 떠들썩하다.

떠들썩한 미 의회·정부 움직임=미국 상원은 식물 인간의 생명연장장치 제거 여부는 연방법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20일 구두 표결로 통과시켰다. 하원도 이날 밤 같은 내용의 법안을 토론해 21일 새벽(현지시각)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미국 의회는 지금 2주간 부활절 휴회 기간 중인 데다 특히나 20일은 일요일인데도 의회가 이렇게 긴급소집을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부시 대통령도 법안이 상·하원에서 통과되는 즉시 서명하기 위해 휴가 중이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20일 워싱턴으로 황급히 돌아와 대기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최근 플로리다 주법원의 판결로 급식 튜브에만 의존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해 온 테리 시아보(41)의 급식 튜브가 제거돼 1~2주 뒤면 자연스럽게 숨지게 되기 때문이다.

7년 공방끝 튜브 제거가 발단=문제의 발단은 1998년 남편 마이클 시아보가 플로리다 주법원을 상대로 아내의 안락사를 허가해줄 것을 신청한 데서 시작했다. 당시 남편은 아내가 생전에 인위적인 생명 연장에 반대했다며 안락사를 요청했고, 아내 쪽 부모는 딸이 회복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2003년 플로리다 주법원이 마이클의 손을 들어줘 테리의 급식 튜브를 제거하자,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의회를 통해 ‘테리의 법’을 제정해 6일 만에 급식 튜브를 다시 끼웠다. 이에 마이클은 ‘테리의 법’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주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고, 이에 따라 주 항소법원은 지난 18일 테리의 급식 튜브를 다시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공화-민주, 보수-진보의 대립=플로리다주 안에서 주법원-주의회-주대법원-주항소법원 등을 거치면서 약 7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마침내 마이클이 이기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이에 연방의회가 이런 결정은 연방법원이 내려야 한다고 문제제기하면서 사건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테리 부모의 호소로 생명단체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테리가 누워 있는 병원 앞에서 통곡의 시위를 벌였고, 의회가 부활절 휴회 중에 긴급소집을 열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진영과 보수 기독교계는 낙태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생명 제거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마이클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가 비극적인 가족사에 기괴한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률가들도 사법부가 이미 결정내린 사안에 대해 의회가 개입해 법안 통과로 뒤집는 것은 독립적인 사법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낙태, 동성애 문제와 함께 테리의 급식 튜브 제거 여부는 미국 사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나아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지표가 되고 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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