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한때 시카고의 급진 좌파 도시빈민운동가 사울 알린스키(1909~1972)의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클린턴과 오바마의 공통된 이념의 시금석’이란 기사에서 두 사람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알린스키와 인연을 맺은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알린스키는 대공황 이후 시카고 남부 빈민가에서 지역사회운동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이론을 발전시키고 실천한 인물로, 이후 미국 내 인권운동과 농민운동에 강력한 영향을 줬다. 1970년 <타임>은 60년대 미국대학 급진주의 학생운동의 영웅으로 떠오른 그에게 ‘인민권력의 예언자’란 칭호를 붙여주기도 했다.
시카고 근교 파크리지 출신으로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이던 21살의 힐러리는 1968년 알린스키를 만나면서 공화당을 버렸고, 알린스키의 이론을 중심으로 ‘빈곤과의 전쟁’에 대한 졸업논문을 썼다. 그러나 알린스키로부터 조직운동가로 활동할 것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17년 뒤 23살의 컬럼비아대학 졸업생 오바마는 알린스키 조직의 제안을 받고 시카고 남부에서 지역운동가로 활동한 뒤 이를 발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힐러리는 백악관에 입성한 뒤 졸업논문이 좌파적이라고 비난받자 웨슬리대학 쪽에 논문 비공개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2003년 자서전에서 “사람들을 스스로 힘을 갖도록 돕는 알린스키의 일부 생각엔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는 대통령 출마선언 당시에도 “당시 활동으로 생애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고 밝힐 정도로 알린스키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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