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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총보다 센 로비’ 규제 무력화…끝없는 참극

등록 2007-04-17 19:35수정 2007-04-18 01:42

공화당 후보 매케인 참사 뒤에도 “총기 소지 옹호”
대선 패배 뒤 목소리 낮춘 민주당 규제 나설지 관심
총기휴대 대선쟁점 불붙나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다시 해묵은 미국의 병을 들추고 있다. 총기 소지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될 조짐이 보이는 등 다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총기 휴대 문화는 저변이 넓고 깊다.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 학교 정문에 총기 검색용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의 개인 보유 총기는 2002년 기준으로 2억5000만여 자루에 이른다. 한 사람당 한 자루꼴이다.

총기 규제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제기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 탓이 크다. 회원 450만명의 이익단체인 총기협회는 거대 총기회사들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총기 판매와 보유권 확대’를 위한 적극적 로비로 유명하다. 한 해 쓰는 로비자금만 1억달러(약 950억원)에 이른다. 미국 최고, 최대의 로비단체다.

과거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도 총기 규제의 법제화를 추진하다 이 조직의 로비력에 밀린 적이 있다. 94년 10년 한시법으로 ‘공격용 무기 판매금지법’을 만들었으나, 2004년 의회의 연장 거부로 효력이 중단됐다. 더 나아가 2005년 10월, 총기 관련 업자에게 총기사고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무기 합법거래 보호법’의 발효는 총기협회의 막강한 로비력을 한번 더 확인시켜준 법안이다. 당시 하원은 283 대 144로 이 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59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에 참사를 빚은 버지니아주의 경우 거듭된 총기 규제 후퇴가 낳은 ‘시범지역’인 셈이다. 버지니아는 12살만 넘으면 사격용 라이플과 엽총을 살 수 있다. 신원 조회나 대기 시간도 없이 대리인을 이용한 총기 구입도 가능한 실정이라고 총기사고 예방 시민단체인 ‘브래디 캠페인’은 밝혔다.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6일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개인의 총기 소지권을 인정한 “수정헌법 제2조의 정당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매케인의 견해는 ‘개인의 침해받지 않을 권리’의 하나로 총기 소지권을 인정하는 전통 공화당 우파의 입장을 대변한다. 공화당 우파는 전과가 있어야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현재의 총기규제법조차도 제한이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 “드러내놓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권총을 갖고 다닐 수 있다”며 총기 규제를 더 풀기도 했다. 그는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선 이 문제를 거듭 선거 쟁점으로 삼아 민주당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2000년 고어의 패배 뒤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민주당 쪽도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총기 규제’ 강화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 후보 가운데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예외적으로 총기 규제를 주장해 왔다. 그는 뉴욕시장 시절 총기 규제와 경찰력 증강을 통해 뉴욕시 범죄율을 3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린 바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앞세우는 공화당 골수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줄리아니는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규제’를 반대하며 똘똘 뭉칠 경우 자칫 예선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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