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에 맞춰 26일 백악관 앞에서 연 항의 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운데)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인정과 공식 사죄를 아베 총리에게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위안부 문제’ 얼룩진 아베 첫 워싱턴 방문
이용수 할머니등 항의시위…동포들 WP에 ‘위안부 진실’ 전면광고도
아베 “미안한 느낌” 수준이하 사과…미 의회지도자들 ‘떨떠름’ “아베 총리는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 부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을 믿지 말고 역사의 진실을 보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6일 낮(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백악관 담장의 철봉을 붙잡고 절규했다. 2차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에 ‘협의의’ 강제성이 없었다고 강변해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 뒤 첫 방미는 첫날부터 항의 시위로 얼룩졌다.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워싱턴지역 범동포 대책위원회(범대위)와 국제앰네스티 회원 100여명은 “아베는 사과하라”“위안부의 정의를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2시간여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대만 출신 브루스 옌은 “강제로 동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를 두번씩이나 강간하는 짓”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또 워싱턴지역 동포들은 모금을 통해 <워싱턴포스트>에 ‘위안부에 대한 진실’이란 전면광고를 냈다. 이런 시위와 미 의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도착 즉시 의사당을 찾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 앞에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 발언의 진정한 의도가 잘못 전달됐다”며 “개인으로서, 총리로서 그들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며 아주 고통스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매우 미안하게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발언은 사죄나 사과에 크게 못미친다. 그동안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서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그는 이라크전과 이란 문제 등에서 미-일간 긴밀한 협조를 언급하다가 위안부 문제를 기습적으로 꺼냈다. 이렇게 선수를 쳐, 이 문제를 제기하려던 펠로시 의장 등의 말문을 막은 셈이 됐다고 한 의회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회동을 주선한 일본계 8선 상원의원 대니얼 이노우에(민주·하와이)가 “7명의 총리가 이미 사과했는데 현재 미국내의 비판적 분위기는 유감”이라고 맞장구 친 이외에 의회지도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시간여 회동 뒤 하원 외교위 소속 의원 보좌관들은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고 의회소식통은 전했다. 그런데 정작 이 자리에는 결의안을 발의한 마이클 혼다 의원이 초대받지 못했다. 혼다 의원은 이날 저녁 정신대 대책위 연례 모임에 참석해 “이전 일본 총리들이 한 것처럼 개인적인 사과일 뿐, 공식 사과가 아니다”며 “나는 결의안이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결의안 통과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와 같은 미-일 ‘밀월관계’를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등 껄끄러운 사안으로 이틀 동안의 미국 체류 동안 최대한 언론 노출을 줄이고 있다. 방미 둘째날인 캠프데이비드에서도 최소한의 노출을 통해, 말보다는 영상으로 부시 대통령과의 우의를 과시하는 일정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는 7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내 유권자들을 겨냥한 셈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아베 “미안한 느낌” 수준이하 사과…미 의회지도자들 ‘떨떠름’ “아베 총리는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 부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을 믿지 말고 역사의 진실을 보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6일 낮(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백악관 담장의 철봉을 붙잡고 절규했다. 2차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에 ‘협의의’ 강제성이 없었다고 강변해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 뒤 첫 방미는 첫날부터 항의 시위로 얼룩졌다.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워싱턴지역 범동포 대책위원회(범대위)와 국제앰네스티 회원 100여명은 “아베는 사과하라”“위안부의 정의를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2시간여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대만 출신 브루스 옌은 “강제로 동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를 두번씩이나 강간하는 짓”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또 워싱턴지역 동포들은 모금을 통해 <워싱턴포스트>에 ‘위안부에 대한 진실’이란 전면광고를 냈다. 이런 시위와 미 의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도착 즉시 의사당을 찾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 앞에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 발언의 진정한 의도가 잘못 전달됐다”며 “개인으로서, 총리로서 그들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며 아주 고통스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매우 미안하게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발언은 사죄나 사과에 크게 못미친다. 그동안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서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그는 이라크전과 이란 문제 등에서 미-일간 긴밀한 협조를 언급하다가 위안부 문제를 기습적으로 꺼냈다. 이렇게 선수를 쳐, 이 문제를 제기하려던 펠로시 의장 등의 말문을 막은 셈이 됐다고 한 의회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회동을 주선한 일본계 8선 상원의원 대니얼 이노우에(민주·하와이)가 “7명의 총리가 이미 사과했는데 현재 미국내의 비판적 분위기는 유감”이라고 맞장구 친 이외에 의회지도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시간여 회동 뒤 하원 외교위 소속 의원 보좌관들은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고 의회소식통은 전했다. 그런데 정작 이 자리에는 결의안을 발의한 마이클 혼다 의원이 초대받지 못했다. 혼다 의원은 이날 저녁 정신대 대책위 연례 모임에 참석해 “이전 일본 총리들이 한 것처럼 개인적인 사과일 뿐, 공식 사과가 아니다”며 “나는 결의안이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결의안 통과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와 같은 미-일 ‘밀월관계’를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등 껄끄러운 사안으로 이틀 동안의 미국 체류 동안 최대한 언론 노출을 줄이고 있다. 방미 둘째날인 캠프데이비드에서도 최소한의 노출을 통해, 말보다는 영상으로 부시 대통령과의 우의를 과시하는 일정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는 7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내 유권자들을 겨냥한 셈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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