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권익을 옹호하는 시위대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우리가 어긴 유일한 법은 배고픈 이들의 법’ 이라는 푯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1일 이민법 개정 촉구 시위 도중 경찰이 고무총탄을 쏘며 과잉 진압을 했다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이민 커뮤니티, 기업들 반발
가족 초청 제한 한인 타격…비숙력자 축소 남미계 불리
가족 초청 제한 한인 타격…비숙력자 축소 남미계 불리
지난 17일 미국 상원 민주·공화당 주요 의원들과 백악관이 합의한 초당적 이민개혁법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들 뿐만 아니라 각 이민자 커뮤니티, 인권단체, 관련업계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타협하면서 많은 독소조항들이 담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1200만명 불법체류자 구제방안과 함께 1965년 이후 미국 이민제도의 근본이었던 가족초청이민을 제한하고, 고급인력의 취업이민을 확대하는 쪽으로 이민정책의 방향을 수정한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또 국경단속을 강화하고, 비숙련노동자의 임시초청제도와 이민심사에 점수제(메리트포인트 시스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민자 커뮤니티들은 “합법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주는 것 같지만 ‘추방을 위한 술수’ ‘가족을 불러올 수 없게 만든 제도’”라며 비판한다.
사실상 가족 초청 이민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한인 등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배우자와 21살 이하 자녀로 한정한’ 가족초청 이민 제한 조항을 가장 큰 독소 조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족학교, 한인서류미비자협회, 미주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NAKASEC) 등 한인이민자단체들은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와 연대해 가족이민조항 보전을 위한 전국적인 연대캠페인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학교 윤대중 사무국장은 “가족초청 이민이 폐지되면 미주 한인 이민역사는 단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규 이민인구의 70% 이상이 가족초청을 통한 이민이었는데 이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다면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숙련 노동자가 대부분인 중남미계 커뮤니티들은 과중한 벌금(5천달러) 뿐 아니라, 귀국해서 재입국절차를 밟아야 하는 시간과 추가적 비용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또 불법체류자들의 평균 15~20%는 범죄경력 때문에 영주권 신청이 아예 배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많은 불법체류자들은 생활근거지인 미국을 벗어났다가 재입국해야 하는 점에 대해 가장 불만이다. 지난해 영주권을 취득자 126만명의 65%는 미국 내에서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들이었다. 인권단체인 ‘데레초스 휴마노스’의 이사벨 가르시아 변호사는 “합법적 지위를 원하는 불법체류자 노동자들에게 번거로운 제약을 가하고 이민자 가정을 이산가족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심사 점수제와 초청노동자제도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통신업체들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취업이민 점수제도는 고용결정 권한을 기업에서 빼앗아 가는 것”이라며, “(우수인력 유치가 필요한) 기술산업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이민자 인권단체들은 “비숙련노동자들이 포인트 제도로 영주권을 따도록 하는 제도는 로또에 당첨되길 기다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최대 노조연합체인 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도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시초청 노동자들은 실질적 노예노동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이민개혁법안도 상원은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처럼 하원에서 격렬한 논란이 예상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이 적어도 70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의 지지를 보장하지 않는 한 법안 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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