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참석 ‘텃밭’ 공략…공식 지지후보 못 가릴 듯
미국에서 노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다. 5명 가운데 4명꼴로 민주당을 지지한다. 7일 저녁 미국 최대의 노조단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주최한 후보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은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구애에 열을 올렸다.
존 스위니 총연맹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오늘 토론이 후보들의 구직 인터뷰”라며 “이 자리에 모인 후보들 가운데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시카고베어스 구단의 미식축구장에서 벌어진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 문제는 핵심이 아니었다. 후보자들이 내세운 노동정책 공약은 북미자유무역협정과 세계무역기구 탈퇴를 주장한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의 초강성 주장을 빼곤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외교정책, 선거자금 등 다른 이슈들에서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에 대한 날선 공격이 쏟아졌다.
미국내 55개 노조연맹, 1천만 노조원을 거느린 산별노조총연맹은 8일 지지후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3분의 2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어 공식 지지후보를 가리지 못한 2004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개별 노조연맹들이 자유롭게 지지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를 밝힌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노조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있지만, 오랫동안 노조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크리스토퍼 도드, 조지프 바이든 등에게도 지지가 분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뉴욕주 노조들과 사이가 좋지만, 대부분의 노조들은 클린턴 행정부 때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킨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힐러리가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일찌감치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산별노조총연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노조원들이 825만가구 방문, 3천만통의 전화 통화, 1400만장의 유인물 배포, 2천만통의 우편물 발송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2006년 12%로 하향추세에 있어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