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특파원 리포트] 공화 후보는 ‘폭스뉴스’를 좋아해

등록 2007-08-19 19:56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줄리아니·톰슨 등 잦은 출연
클린턴 등 민주후보들은 기피
대선주자 방송출연 편식현상
블루(민주당)와 레드(공화당)로 상징되는 미국 정치판의 양극화 양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양당의 대선후보 가운데 선두주자들의 방송 출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화지지의 보수색깔이 확연한 〈폭스뉴스채널〉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후보들의 일요시사프로그램 출연 통계를 보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올들어 ‘폭스뉴스선데이’에만 한차례 출연했다.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도 올해 8차례 출연했지만, 모두 〈폭스뉴스〉였다.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도 ‘폭스뉴스선데이’에만 13차례 출연했고, 딱 한차례 〈에이비시〉의 ‘디스위크’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민주당 쪽은 완전히 정반대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올 들어 한번도 〈폭스뉴스〉에 출연한 적이 없다. 버락 오바마는 〈폭스뉴스〉와의 현장 인터뷰엔 세차례 응한 적은 있지만, 힐러리·에드워즈와 마찬가지로 〈폭스뉴스〉의 일요대담프로엔 나선 적이 없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힐러리는 다른 방송에 출연한 적도 없다. 그러나 오바마는 〈시비에스〉의 ‘페이스 더 네이션’, 〈에이비시〉의 ‘디스위크’, 〈시엔엔〉의 ‘레이트에디션’에 출연했고, 에드워즈도 〈폭스뉴스〉를 제외한 시사프로그램엔 자주 등장했다.

특히 이들 3명의 민주당 선두주자들은 의회의 ‘흑인코커스’가 〈폭스뉴스〉와 공동주최키로 한 다음달 후보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 후보는 민주당의 진보적 활동가집단인 무브온닷컴이 〈폭스뉴스〉가 공정하고 균형있는 방송이란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토론회라고 문제를 제기한 뒤 참가를 철회했다. 지난 대선 때만 하더라도 존 케리, 하워드 딘과 에드워즈 등 3명의 선두권 후보들은 같은 포맷의 2003년 〈폭스뉴스〉 주최 후보 토론회에 참여했다.

위험부담이 큰 일요시사프로그램에는 입맛따라 골라 출연하는 선두권 후보들도 주중 아침뉴스 프로그램에는 그래도 얼굴을 자주 내민다. 출연시간이 대개 6분 이내로 짧아 실수나 공격적 질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담프로그램을 기피하는 힐러리도 〈엔비시〉의 ‘투데이’에 3번, 〈에이비시〉의 ‘굿모닝아메리카’에 2번, 〈시비에스〉의 ‘얼리 쇼’에 1번 나왔다. 줄리아니도 주중 아침뉴스쇼에는 가끔 등장한다.

언론 노출이 아쉬운 2진 그룹의 후보들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기는 공화-민주 공통이다. 공화당 후보 가운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11차례 출연하긴 했지만, 〈엔비시〉 〈시비에스〉 〈에이비시〉 등의 아침 프로그램에도 5번이나 출연했다. 민주당의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은 올 들어 〈폭스뉴스〉 일요프로그램에 10차례 출연했고, 조 바이든 상원의원도 5개 일요프로그램에 11차례나 출연했다.

방송이 정치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엔진으로 간주될 만큼 미국의 정치와 언론 특히 방송과 관계는 심하게 뒤틀려가고 있다. 다이애나 뮤츠 펜실베이니아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뉴스의 소비자들이 기존의 관점을 강화하는 뉴스만 선별해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중간층은 뉴스 소비를 기피하게 되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권자들의 이라크전 반대와 반부시 성향으로 인해 이번 대선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의 정치적 지향이 왼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정치판의 양극화와 방송출연의 편식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의 전략가인 크리스 리헤인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통매체의 중요도가 훨씬 줄어들었다”며 “과거엔 일요시사프로그램이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훌륭한 후보임을 드러낼 좋은 기회로 간주됐지만, 지금은 블로그나 웹채팅, 유투브 등에서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선 각 후보들이 기존방송매체 출연을 줄이는 대신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자기 지지성향의 유권자들과 소통을 늘려가고 있는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