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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1 17:43 수정 : 2005.04.01 17:43

1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오다 인공 생명유지장치 제거 여부로 미국을 들끓게 한 테리 시아보가 31일 급식 튜브를 제거한 지 13일 만에 끝내 숨졌다. 사진은 식물인간이 되기 전의 시아보. 파이넬러스 파크/AP 연합

15년 식물인간 안락사 논란
급식튜브 뺀지 13일만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의회까지 가세한 안락사 논쟁과 정치적 공방전을 일으켰던 미국 여성 테리 시아보(41)가 31일 급식튜브를 제거한지 13일만에 플로리다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숨졌다고 부모의 대변인이 밝혔다.

그의 가족들의 자문역을 맡아온 폴 오도넬 신부는 “시아보의 부모와 형제들이 임종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거절했다”고 <에이피통신>에 말했다.

시아보는 1990년 사고로 심장박동이 잠깐 멈추면서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15년 동안 급식 튜브로 삶을 지탱해 왔다. 1998년 그의 남편 마이클은 “아내가 의식이 있을 때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플로리다 주법원을 상대로 아내의 안락사를 허가해줄 것을 신청했으나 테리의 부모는 딸이 회복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2003년 플로리다 주법원이 테리의 급식 튜브를 제거하자,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테리의 법’을 제정해 튜브를 다시 끼우면서 이 문제는 미국 사회의 진보-보수간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 7년의 법정 공방 끝에 마이클은 주대법원으로부터 ‘테리의 법’이 무효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고 지난 18일 급식 튜브가 제거됐다. 그는 겉보기에는 웃음을 짓고 눈도 깜박이는 등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반사적 행동일 뿐 실제로는 두뇌활동을 상실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의료진의 평가다.

튜브가 제거된 뒤 시아보의 부모들은 연방대법원 등에 딸의 급식튜브를 다시 연결해 달라고 청원하는 등 법적 투쟁을 벌였으나 모두 실패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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