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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인종·성 장벽 뚫리고 ‘신보수’ 퇴조…‘미국의 재구성’

등록 2008-02-20 08:10수정 2008-02-20 08:20

2008 미국대선
오바마 돌풍 타고 흑인·여성 ‘변화 바람’ 전면에

미국이 바뀌고 있다. 미국의 주류와 그 문화가 바뀌고 있는 전조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전조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인종적으로 성적으로 약자였던 흑인과 여성의 약진은 그 대표적 양상이다. 이른바 ‘와습’(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이라 불리는 주류 세력과 체제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득 고학력층에서 흑인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소수집단 출신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은 미국 사회의 변화가 무르익었다는 신호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지난 30여년의 신보수주의가 퇴조하고 있다. 국가의 개입과 보호가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이라크 침공 ‘실패’로 압축되는 지난 8년 조지 부시 공화당 정권의 실정과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 기성정치 혐오=수도인 워싱턴디시(DC)의 ‘디시’는 컬럼비아특별구의 줄임말이지만, 지금은 흔히 ‘악마의 도시’(Devil’s City)로 풍자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몰두해 온 워싱턴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는 오바마를 촉매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으로 기성 정치의 수혜를 받았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기성정치 비난 대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제 약자 또는 도전자 처지에서 “오바마가 기성 정치권 지향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기성 정치를 비난할 정도다. 컬럼비아대학 앨런 브린스키 교수(역사학)는 “힐러리가 기득권층을 대변한 후보여야 맞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 전통 보수층으로부터 “이단자” “변절자”라는 비판을 듣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쥔 것도 이변이다. 기성 정치권이 ‘킹메이커’가 돼 경선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후보를 사실상 결정했던 전통과 다른 것이다.


미국 기성 정치권의 대표주자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최근 들어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기성 정치권에 물들었다고 공격하는 등 기성 정치권을 공격하고 있다. 18일 선거운동 도중 위스콘신주 워소의 한 식당에서 만난 시민들을 위해 사진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소(위스콘신)/AP 연합
미국 기성 정치권의 대표주자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최근 들어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기성 정치권에 물들었다고 공격하는 등 기성 정치권을 공격하고 있다. 18일 선거운동 도중 위스콘신주 워소의 한 식당에서 만난 시민들을 위해 사진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소(위스콘신)/AP 연합

기성 정치 불신 고조…민심 지향점도 ‘좌향좌’

이런 흐름은 미국의 기존 정치 역학과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와 공화의 정권다툼이 치열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기성 정치권 전체가 국민 다수로부터 돌팔매질당하는 일은 없었다.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국인들은 국가가 궤도를 벗어났다고 생각할 때 기성 정치권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보여 왔다”며 “우리는 양당에서 모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란을 목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다시 진보로 기우는 정치 지형=유권자의 정치 성향이나 관심사의 변화는 다양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플럼 미국경제연구소(AEI) 연구원은 미국인들이 이념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을 바라고 △세금 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으며 △낙태 문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 대선과 직접 연결지을 수는 없지만, 2002년 대등한 양상을 보였던 민주·공화당의 지지율이 6년 만에 레이건 집권 이전과 같은 ‘50 대 35’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조세·도덕성·테러대책 등 공화당이 강점을 보이던 의제를 포함해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한 대처 능력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 과정에서도 민주당 쪽으로 몰리는 유권자들이 훨씬 많다.

‘정치 무관심’ 젊은 유권자들 적극적 행보 주목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정치 구도도 바꿔놓고 있다. 민주당에선 대통령감으로 당연시되던 백인 남성 후보가 모두 탈락했다. 소수파인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각축전이 유권자들의 참여를 더욱 자극한다. 고학력·고소득층 백인 남성 등의 오바마 지지로 미국 정치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인종 장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오히려 대치 전선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흑인 대 중남미계(히스패닉)로 옮겨갔다.

프랭클린마셜대학의 테리 마셜 교수는 “한 세대(30년)가 넘게 정치에 무관심한 경향을 보였던 젊은 유권자들이 변화의 파도를 타고 적극적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양상이 기성 세대에 대한 전면적 저항을 낳았던 1968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플럼 연구원은 “이런 구도가 민주당의 백악관 장악으로 이어지면, 민주당의 의회 장악과 맞물려 미국 정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흐름이 새로운 대통령 탄생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존 에프 케네디 등 미국과 세계를 선도했던 새로운 리더십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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