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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명박정부에 거는 워싱턴의 과도한 기대

등록 2008-02-24 21:05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워싱턴 조야에선 ‘한미협력의 새 시대’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껄끄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던 조지 부시 행정부로선 코드가 맞는 보수정권의 출범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관련 인사들은 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를 우선시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발언을 가장 의미있게 받아들인다. 보수적인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경제협력도 비핵화 이행에 연계하고 상호주의를 적용하겠다는 발언에 더욱 반색하고 있다. 새 정부의 친미 성향 외교안보 참모들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신뢰할 만한 인물들이라며 안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미국 말을 잘 듣겠다고 하고 그런 진용을 꾸리는 데야 반기지 않을 수 없다는 태도다.

지난해 대선 이후 서울에 몰려간 많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그룹들은 직·간접으로 다양한 정책 건의안들을 인수위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의안은 대체로 △한미동맹 강화·중시 △한-미-일 삼각협력 부활 등을 담고 있다. 통일부 폐지를 건의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 보수적인 한 전문가는 통일부 폐지 방침이 발표됐을 때 “한미관계의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며 크게 반긴 적이 있다.

이런 분위기는 노무현 집권 5년의 불편했던 한미관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사실 불편한 관계는 이라크·아프간·레바논 파병,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동의, 미군기지 이전 등 미국 쪽 요구를 빠짐없이 수용하고도, 노 대통령의 ‘뻣뻣한 말’ 몇마디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잭 프리처드 한국경제연구소 소장은 “반미정서를 내세워 등장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관계가 손상을 입었다”고 진단하고 “이명박 정부에선 양국 지도자들이 서로를 놀라게 하지 않는 ‘더 투명한 협력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관계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분위기가 나빴던 것”이라며 “실질적인 것들은 이미 돼있기 때문에 이 당선자가 정치적으로 과실을 거둬들이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의 ‘치적’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미관계 개선이 쉬워질 것이란 이들의 얘기는 ‘모순된 진실’처럼 보인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큰 어려움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당선자로선 아주 좋은 기회의 창을 얻게 됐다”며 “쇠고기시장 개방과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를 해결한 뒤 4월 중순 미국을 방문하면 상당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주시 중이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교착상태를 뚫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남북관계를 한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보는 이명박 당선자가 새 대북정책을 가동해 볼 시간적 여유도 없이 미국의 다음 정권을 상대하게 될 수도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북핵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미 편향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22일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대한 한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 말을 잘 듣겠다면서도 자원외교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워싱턴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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