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팰런
“이란과 전쟁 신호탄” 우려
중동과 이란 군사정책을 둘러싸고 조지 부시 행정부와 불화를 빚어온 미 중부군사령관 윌리엄 팰런(63·사진) 제독의 사표가 11일 전격 수리됐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팰런 사령관의 사표를 “마지 못해 유감스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팰런 사령관 사임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주 나온 월간 <에스콰이어>의 보도다. 이 잡지는 ‘전쟁과 평화 사이에 낀 사람’이란 기사를 통해 그를 “부시 행정부의 대이란 전쟁을 막고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기사를 쓴 토머스 바네트 전 해군대학 교수는 “팰런이 자리를 떠난다면 부시 행정부가 이란과 전쟁을 벌일 의도가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이란 공격 가능성을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사임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 이란 공격의 불씨를 되살린 것이라는 분석은 끊이지 않는다.
팰런 제독은 이란 문제에서 군사적 선택지보다는 외교를 강조해 공격적인 이란 정책을 주장하는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이라크에만 미군 전력을 집중시킬 수 없다며 이라크 주둔 병력의 신속한 감축을 촉구해, 백악관의 총애를 받는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이라크주둔군사령관과도 자주 충돌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과의 전쟁은 생각할 수도 없고, 그것이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팰런의 생각에는 많은 미군 장성들이 공감하나, 최고지도부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사임하는 게 4성 장군인 팰런 제독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전문가의 독립성과 진솔한 의견 개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또다른 사례”라고 비판했고,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의회의 조사를 요구했다.
미군에서 얼마 남지 않은 베트남전 경험자인 팰런 제독은 학군단 출신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다. 지난해 3월 그의 전략적 사고를 높이 산 게이츠 장관에 의해 해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중부군사령관에 기용됐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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